톰 호지슨 안무감독 “내 별명 ‘터미네이터’,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는…”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2018-08-11 07:00
뮤지컬 ‘마틸다’ 연습 현장에서 만난 톰 호지슨 안무감독
톰 호지슨 ‘마틸다’ 안무감독은 “환상적 안무와 그에 잘 어우러진 곡에 한국 관객들도 틀림없이 매료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가설무대 한편엔 책상, 의료용 침대와 파티용품 등 소품이 놓여 있었다. 편한 운동복 차림인 배우들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진지한 표정으로 리허설을 시작했다. 마틸다 역을 맡은 양 갈래 머리의 아역들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내뱉자 연습실 전체가 울렸다.

최근 방문한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에선 국내 초연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를 강타한 뮤지컬 ‘마틸다’ 연습이 한창이었다. 명문 극단인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레미제라블’ 다음으로 선택한 작품. 비영어권 최초로 한국 공연을 준비하며 해외 전문가들도 대거 합류했다. 마틸다 엄마인 ‘미시즈 웜우드’ 역을 맡은 배우 최정원은 “세계 최정상 극단에서 섭외한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으며 연습하는 과정이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아역, 성인 배우가 함께하는 장면이 많은 뮤지컬 ‘마틸다’. 연습실에서 맹훈련 중인 배우들은 실제 무대에 선 것처럼 몰입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예리한 눈으로 배우를 살피는 전문가 가운데엔 톰 호지슨 안무감독(45)도 있다. ‘빌리 엘리어트’ ‘캣츠’ 등 대형 뮤지컬 안무를 도맡아온 안무가다. 그는 현장에서 ‘터미네이터’란 별명으로 불린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열정으로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아서란다. 천재 소녀 마틸다의 성장기를 그려낸 이 작품은 성인과 아역 배우들이 어우러진 스펙터클한 안무가 많아 까다롭고 정교하기로 소문났다. 능청맞은 연기를 선보이던 아역들도 “과격한 안무가 많아 춤이 가장 어렵다”고 푸념했다.

―기존에 작업했던 ‘캣츠’ ‘빌리 엘리어트’와 ‘마틸다’의 안무는 어떻게 다른가.


“안무감독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이야기를 비현실적 환상의 층위로 추진력 있게 끌고 가려면 안무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뮤지컬과 다르다. 스텝 하나마다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짰기 때문에 쉽게 흘러가거나 추기 편안한 춤이 절대 아니다. 아역들에게 기대하는 안무 수준이 성인 배우와 동일하다. 아역이 출연하는 뮤지컬 가운데 난도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안무 지도를 하며 가장 자주 하는 잔소리가 있다면….


“공통적으로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긴 하다. 아마 ‘원 모어 타임(한 번 더)’이지 않을까. 물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걸 다들 알지만. 연습실에서의 시간은 제작 과정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까다롭고 꼼꼼히 지도해서 배우가 잠재력의 최대치를 끌어내길 바라는 마음에 더 집요해진다.”

‘마틸다’는 공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와 안무 연습만 하루 6시간씩 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호지슨 감독은 “특히 아역들은 경험 편차가 심해 누구 하나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배려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지칠 때까지 연습하면서도 즐겁다고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장면은….

“학교 정문을 배경으로 한 ‘스쿨 송’ 장면이다. 문을 타고 올라가면서 하는 안무인데 블록을 끼워가며 클라이밍을 해야 해 굉장히 높은 기술과 정교한 호흡을 필요로 한다. 그 밖에도 재밌는 장면이 많다. 마틸다의 교장인 미스 트런치불이 등장하는 장면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실제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은 비밀로 남겨두겠다.”

―공연을 좀 더 즐기기 위한 팁을 준다면….

“로알드 달의 원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미리 발을 들여 본다면 훨씬 즐거울 것이다. 오리지널 안무가인 피터 달링도 안무를 짤 때 이 작품에 수록된 뾰족하고 그로테스크한 일러스트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원작의 마술적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게 무대에 올려졌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9월 8일∼내년 2월 1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6만∼14만 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