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셀카 찍어오면 대통령직 사임하겠다”…두테르테 또 신성모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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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동아일보DB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신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8일 현지 일간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6일 남부 도시 다바오에서 열린 2018 국가 과학기술 주간 개막식 연설에서 “누구든지 천국에 있는 신과 대화를 하거나 셀카를 찍어 나에게 보여준다면 대통령직에서 지금 즉시 물러나겠다”며 도발적으로 발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어딘가에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단지 왜 세상에 이렇게 많은 고뇌와 고통, 불의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논리”라고 자신을 합리화했다. 이어 “왜 신은 완벽한 세상을 창조한 후 뱀과 사과로 그것을 망치고 인간이 한 번도 저지르기로 동의한 적 없는 원죄를 주었느냐”고 반문한 뒤 “신은 절대 답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에도 정보통신 관련 행사 개막식에서 성경의 창세기를 언급하며 “기독교 교리의 명제는 바보 같다”는 발언을 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죄를 짓는 셈인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도 “완벽한 어떤 것을 만들고 그것을 해치는 멍청한 신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거듭 성경의 논리를 비판했다.

필리핀의 가톨릭 신자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필리핀은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아르투로 바스테스 주교는 “두테르테의 신성모독은 그가 문명화된 기독교 국가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말았어야 하는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루페르토 산토스 주교도 “대통령이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한 평신도 단체는 필리핀 가톨릭 주교 협회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신성모독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