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을 보는 시선이 점점 더 싸늘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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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제주 제주시의 한 식당 주방에서 예멘에서 온 무함마드(가명)가 설거지를 하고 있다. 제주·서귀포=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달 초 이탈리아의 내무장관을 맡은 극우 동맹당 마테오 살비니 대표의 행보가 거침없다.

그는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시칠리아섬으로 들어오던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막았다. 바다에서 생명이 위험한 사람을 발견하면 가장 가까운 국가가 데려가야 한다는 국제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권 단체들은 올해 지중해를 건너다가 빠져 죽은 난민만 1000명 가까이 된다며 살비니 장관을 비인도주의자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동맹당의 지지율은 취임 한 달 만에 이탈리아 전체 정당 중 1위(29.2%)로 치솟았다. 창당 30년 이래 처음이다.

살비니 장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제법을 어겼다”고 비난하자 “그럼 프랑스로 데려가라”고 맞받았다. 국제법에 따라 바다에서 가까운 국가가 데려가야 한다면 지리적으로 북아프리카 사이의 지중해에 맞닿아 있는 이탈리아의 부담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의 더블린조약에 따르면 난민은 유럽에 처음 발을 딛는 국가에 난민 신청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는 “난민이 지중해에 빠져 죽는 책임을 왜 이탈리아만 져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지중해를 건너는 이들 중에는 인종 종교 이념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는 ‘진짜 난민’이 아니라 브로커에게 돈 주고 돈 벌려고 오는 ‘가짜 난민’도 많다. 그래서 살비니 장관은 “오히려 난민이 바다에 빠져 죽는 안타까운 일을 막는 가장 빠른 길은 무작정 떠나면 유럽에서 살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난민 극우 정당이 인기를 끄는 건 이탈리아만은 아니다. 3년 전만 해도 130만 명의 난민 입국을 허용했던 유럽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3년 전 응답자의 3분의 2가 ‘우리나라는 난민을 받아들일 능력이 된다’고 답했던 독일은 최근 조사에서 90%가 정부에 더 강경한 난민 정책을 요구했다. 난민 100만 명을 수용해 전 세계의 박수를 받던 ‘난민 천사’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굳건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온건한 난민 정책 때문에 거의 ‘식물총리’가 됐다. 22일 발표된 조사결과에서 43%가 총리 사퇴를 원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탈리아로 입국하지 못하는 난민 중 프랑스행을 원하면 받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민 56%는 이에 반대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반난민 정서가 커진 데는 2016년 새해맞이 행사 도중 자행된 쾰른 집단 성폭행과 2015년 11월 바타클랑극장 테러사건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난민 대부분은 선량한 피해자라는 진실과 별개로 난민을 보는 사회 인식은 점점 더 험악해져 왔다.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의 사연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 “그래도 우리나라로는 오지 말라”라고 외치는 이들을 비난만 할 수 있을까. 시리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도 난민이 쏟아지고 있고 그 행선지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 한국 등으로 다양해졌다.

EU는 이번 주 회원국 정상들이 모여 난민 문제를 논의한다. 각국이 알아서 해결할 수도, 한 국가의 희생만 요구할 수도 없을 만큼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가 난민의 출발부터 도착까지, 전 과정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