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가’ 박지성에 “해설과 축구 어떤 게 더 힘든가” 물었더니…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첫 경험이지만 재미있다. 무엇보다 경기를 현장에서 보는 게 가장 좋다.”

언제나 그렇듯 축구 얘기를 하면 활짝 웃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37)은 SBS 축구해설위원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현장을 누비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박 본부장은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출전했고 남아공에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주도했다. 2005년 아시아 축구선수론 사상 처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해 활약하기도 했다. 2015년 은퇴한 박 본부장은 ‘제2의 축구인생’을 걷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있다.

박 본부장으로선 처음해보는 해설이다. 그는 경기 비디오 리허설만 한 뒤 15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에서 처음 실전에 나섰지만 무리 없이 잘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일 한국과 멕시코의 F조 2차전 전후로 박 본부장을 만나 해설 경험에 대한 생각과과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었다.

-처음 하는 해설 어땠나.

“글쎄요,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는데…. 나쁘지는 않다. 현장에서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TV로 볼 때랑은 다르다. 아주 재밌다.”

-해설과 축구 어떤 게 힘든가.


“(씩 웃으며)축구가 더 힘들다. 축구는 머리뿐만 아니라 몸도 써야 하는데 해설은 머리 잘 쓰면서 말 잘하면 된다.”

-해설 계속 할 생각은 없나.

“해설을 직업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해설이 재밌어서 하는 것보다는 내가 경험했던 축구를 팬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다시 해설을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직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당초 생각했던 축구 행정가의 길은 잘 가고 있나.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아직 알아가는 단계다. 사실 이일을 좋아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국제축구연맹(FIFA) 행정가 과정을 마치고 다양한 현장 경험을 하고 있다.”

-은퇴 후 4년이 지났다. 아직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인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행정을 하고 있지만 이일이 안 맞는다면 다른 일을 또 찾을 것이다. 내가 할일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FIFA 행정가 과정은 어땠나.

“축구선수로서 느꼈던 것 이상을 배웠다. 축구가 단순하지 않았다. 축구 이외에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구나를 느꼈다. 축구에 많은 것들이 얽혀 있고 결정을 내릴 때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도자는 생각해보지 않았나.

“난 지도자 자격증이 하나도 없다. 난 축구를 하면서 좋은 감독이 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스승으로 모셨던 거스 히딩크 감독(한국대표팀, PSV 에인트호벤)과 알렉스 퍼커슨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보면서 느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수석 코치 정도다.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하고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해 선수들을 컨트롤해야 한다. 내 개인 성격상 채찍을 잘 못 들 것 같다. 그래서 일찌감치 지도자는 포기했다.”

-시청률 신경 쓰이지 않나. 그리고 해설가로 이영표(KBS), 안정환(MBC) 등 형들과 경쟁하는데 1등할 욕심은 없나.

“시청률은 SBS가 신경 써야 하지 않나(웃음).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시작했으니 열심히 노력은 한다. 난 이제 시작이고 형들은 이미 월드컵을 한번 경험했으니…. 점점 나아지고 있다.”

-형들이 조언해주지 않았나.

“형들 전화 없었다(웃음). 사실 각자 자기 방송하느라 다른 방송은 들을 수 없어 조언할 수도 없다.”

박 본부장은 4월부터 한국과 멕시코, 독일 등 평가전 비디오를 보면서 리허설을 했다. 실제 해설은 해보지 않고 바로 실전이 투입됐다. 선수시절과 마찬가지로 ‘노력파’였다. 감독 선수들에게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하고 안 되는 부분을 계속 반복해 개선했다고 한다. 손근영 SBS 월드컵 단장(스포츠국 부국장·51)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현역시절 꾸준히 노력했듯 계속 더 나아지려고 공부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슈퍼스타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의 친분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면서 알던 선수들에 대한 다양한 에비소드 등을 잘 섞어 해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본부장은 23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 훈련 현장을 찾아 치차리토와 포옹하는 등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