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상류층의 밥상

여성동아
에디터 여성동아|
평범한 사람은 들어보지 못한 최상급 브랜드를 사랑하는 1%의 사람들. 진정한 상류층이라면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최고급의 일상화’가 필수라 할 수 있다. 삶의 질과 건강을 좌우하는 식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방배동 선생’ ‘명문가 요리 선생’으로 널리 알려진 요리 연구가 최경숙 씨는 상류층 사람들은 음식의 근본이 되는 훌륭한 식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귀띔한다. 한우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사거나, 방풍나물은 경북 영덕군에서 구입하는 등 지역이나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질 좋은 식자재를 공수하는 것. 좋은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3년 이상 묵은 젓갈, 양질의 한우를 듬뿍 넣어 만든 육수 등 정성 들여 완성한 양념을 사용하되, 조리법은 재료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간소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손님상 준비 과정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재벌 여사님’들이 요리 선생에게 음식을 배워 직접 손님상을 차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가부장적 문화가 곧 ‘가문’의 전통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였다. 요즘은 집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유명 레스토랑이나 호텔에 의뢰해 케이터링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 단, 이때도 상차림의 전체 가이드는 안주인이 제시해야 한다. 외국 문화에 익숙한 ‘젊은 사모님’들은 미쉐린 가이드에서 높은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에 단골로 다니는 등 미식에 대한 식견이 높아 별 어려움 없이 손님상을 진두지휘한다고. 또한 상류층 중에는 와인 애호가가 많고, 손님상에 자신이 애정하는 와인을 시그니처처럼 올릴 정도가 돼야 한다.

유명한 중견기업 며느리에게 그들의 실제 식생활에 대해 물으니, 일상에서는 밥과 반찬 위주의 소박한 한식을 먹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일 밥상에 올라가는 건 배추김치와 계절에 맞는 김치 한두 가지, 국이나 찌개, 나물무침, 생선이나 고기 요리 1가지로 무척 평범했다. 단, 질 좋은 식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과거에는 생선은 동대문, 고기는 통인시장 안에 있는 정육점에서 구입했으나, 요즘은 백화점을 주로 이용한다고. 또한 집밥의 비중이 높아, 맛있는 집밥과 음식에 대한 안목을 높이기 위해 한식, 중식, 일식을 메인으로 하는 요리 수업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손님상의 형태도 과거에 비해 간소화돼 치즈플래터, 브루스케타 등 한입에 먹기 좋은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대신, 좋은 차나 와인을 선별하는 안목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식가로 알려진 모 대기업 임원 역시 한식 위주의 집밥을 선호하는데, 식자재를 중요하게 생각해 장인들이 만든 재료를 공수해 조리해 먹는다고 전했다. 진짜 상류층이라면 출중한 실력의 전문 요리사가 집에 상주하고 있어 굳이 외식할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손님상 역시 간혹 집에서 차리기도 하지만 호텔에 의뢰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금가루 뿌려진 음식을 먹지 않을까 하는 편견과 달리 상류층 사람들은 소박한 집밥을 선호하는 편이다. 단, 식재료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생각만은 분명해 보인다. 음식의 기본이 되는 식재료에 정성을 들이며 깐깐한 쿠킹 쇼퍼가 되길 마다하지 않는 태도는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벤치마킹해도 되지 않을까?


EDITOR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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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