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아기띠 메고 ‘아재 액션’…딱 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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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탐정: 리턴즈’로 돌아온 배우 권상우. 코믹 탐정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그는 “한때 영화계 아웃사이더가 된 기분이었지만, 이제는 영화와 연기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영화 ‘탐정: 리턴즈’로 돌아온 권상우

아내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
나 같은 40대 유부남들이면 100% 공감
성동일 선배, 삶이 묻어나는 연기 존경


배우가 얼마만큼 자신의 캐릭터와 작품을 즐기고 있는지는 이런저런 설명 없이도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관객에 전달된다. 주위를 놀라게 할 만한 연기나 극적인 변신은 그리 중요치 않다. 지독한 노력형이나 타고난 천재형보다 연기하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는 배우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마련이다.

6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탐정: 리턴즈’(감독 이언희·제작 크리픽처스)에서 권상우(42)가 딱 그렇다.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에 임하고 있는지는 굳이 부연을 듣지 않아도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 그대로 전해진다. 영화가 담은 이야기 자체도 유쾌하지만, 극중 권상우의 활약상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터진다.


● “40대 유부남이라면 전부 이해할 이야기”

개봉을 며칠 앞두고 만난 권상우는 자신감에 차 보였다. 앞서 시사회를 통해 나오는 평가들이 긍정적인 까닭이다. 또한 탐정 시리즈의 주인공이란 입장에서도 만족감이 상당해 보였다. 그는 “누구보다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고 했다.

“첫째 아들 룩희가 10살이 됐다. 영화 촬영장에 와서 아빠가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 지켜봤다. 아들이 가진 그 기억을, 멋진 아빠의 모습으로 남겨주고 싶다. 지금 와서 격정멜로 같은 영화를 찍고 ‘여보! 보러와’ 그럴 수도 없지 않나. 육아로 지친 아내에게 선물처럼 주고 싶다.”

권상우는 인터뷰 내내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와 아이들 이야기부터 자신의 유년기 기억까지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이유는 아무래도 ‘탐정: 리턴즈’의 영향인 듯했다.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의 권상우(왼쪽).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탐정: 리턴즈’는 2015년 개봉한 ‘탐정: 더 비기닝’을 잇는 후속편. 상대적인 약체로 평가받은 1편은 유쾌한 탐정물이라는 평가와 입소문에 힘입어 262만 관객에 성공했고, 이번 2편을 통해 시리즈로 출발한다.

영화는 셜록 홈즈를 꿈꾸지만 현실은 만화방 운영으로 생계를 꾸리는 강대만이 주인공이다. 어린 두 자녀를 둔 아빠이자 가족을 책임지는 남편이란 상황이 실제 권상우와 비슷하다. 1편에서 베테랑 형사(성동일)와 힘을 합해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한 용감한 시민 강대만은 이번 2편에선 아예 탐정사무소를 차린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내에겐 차마 만화방을 접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육아도 챙겨야 하기에 아기띠 메고 현장을 누빈다.

권상우는 “40대 유부남이라면 다들 강대만을 이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도 두 아이의 아빠이고, 유부남인 42살 한국남자이다. 강대만과 비슷하지 뭐. 그 정도 남자라면 일단 가족을 지키고 싶고, 가족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하다. 또 아내가 알면 좋은 소리 못 들을 걸 알기에, 굳이 고백하지 못한 사소한 일은 거짓말로 얼버무린다.”

몸 좋고 액션 연기도 탁월한 권상우이지만, ‘탐정’ 시리즈에서는 다소 살찐 모습에 어떤 상황에서는 일단 몸부터 사리고 본다. 오래 단련한 근육질 몸매가 조금이라도 드러날까 싶은듯 허름한 옷으로 감추기도 여러 번. ‘귀여운 아재’ 같은 모습이다.

작품을 즐겼지만 영화 주인공으로서 멋있어 보이고 싶은 욕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권상우는 “멋진 액션을 왜 보이고 싶지 않았겠느냐”면서도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자배우가 강대만 역할을 하려고 하겠느냐”는 ‘현실론’을 꺼냈다. 그러면서 “아기 기저귀 갈고 아기띠 메고 뛰는 강대만이 나는 훨씬 더 매력적이다. 위안을 삼자면 ‘이런 역할은 권상우 밖에 못 한다’는 말을 한 번쯤 듣고 싶다”며 웃었다.
배우 권상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결혼 10주년…“가정도, 일도 안정된 것 같다”

권상우는 올해 결혼 10년을 맞았다. 배우 손태영과 슬하에 아들과 딸 하나씩을 둔 그는 연예계에서도 가정에 충실한 스타를 이야기할 때 첫 손에 꼽힌다.

“벌써 10년이다. 아직 집사람이 질리지 않는다. 아내도 나랑 같은 마음인지는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겠지만. 하하! 이젠 가정도, 일도 안정되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아이들에게 바라는 건 안전 하나뿐이다. 집에서도 안전, 안전, 외치니까 아내가 그만 좀 하라고 말릴 때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안전이 먼저다.”

권상우에게 소중한 사람은 더 있다. ‘탐정’ 시리즈를 가능케 한 파트너 성동일은 그에게 남다른 신뢰를 심어주는 선배이다. 두 사람은 영화에서는 물론 함께 여러 무대에 오를 때도 서로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분위기를 풍길 정도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권상우는 성동일을 향한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어린 시절 부친을 여읜 사연을 꺼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힘들었다. 중학교 이후론 불편함 없이 살았지만, 어릴 땐 너무 힘들어서 그 기억을 떠올리면 마치 월남전에 다녀온 기분이 이런 건가 싶다. 성인이 돼서도 어릴 때의 기억이나 습관은 잘 바뀌지 않는다. 선배님도 어릴 때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동질감이 있다.”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의 권상우(오른쪽)와 성동일.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권상우는 성동일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끊지 않았다.

“선배님은 그냥 웃음만 주는 배우가 아니다. 눈물을 쏙 빼놓기도 하고, 이 시대 아버지의 모습도 보인다. 살아온 삶의 색깔이 연기에 담겨 있다. 그런 면에서 존경한다.”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지만 누구나 갖지 못하는 ‘시리즈 영화의 주연’ 자리가 그에겐 각별한 의미이다.

“‘탐정’ 1편을 찍기 전 중국에서 3편의 작품을 연달아 했다. 그 뒤 ‘탐정’에 나설 땐 정말 마지막이란 마음이었다. 영화판에서 나만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단절된 기분이었다. 강대만을 보면 ‘즐기는 놈을 이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 내가 그렇다. 영화계에서 꼽히는 ‘연기의 신’들과 나를 비교할 수 없지만, 누구보다 즐기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