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이 세번까지 동의… ‘靑 국민청원’ 부풀리기 정황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포털 카페 등서 청원 동참 독려
계정 바꿔 중복 참여법 알려줘
전문가 “조작 차단할 시스템 필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규모가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명이 최대 3회까지 ‘동의’할 수 있는 규정 탓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답변 기준인 ‘20만 이상 동의’를 달성하기 위해 중복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5월 14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온라인 카페에는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과 관련해 남녀 간 수사 형평성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참여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네이버를 비롯해 여러 계정을 통해 동의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포함돼 있다. 또 인터넷 접속기록이 남지 않는 웹 브라우저인 크롬의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라거나 인터넷 설정에서 쿠키 정보를 삭제하라는 등의 내용까지 자세히 담겨 있다.

해당 게시물은 하루 만에 1000건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른 카페에도 같은 내용의 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게시물이 동의를 유도한 건 바로 나흘 만에 34만 건이 넘는 동의를 얻어 낸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 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다. 글쓴이는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피해자를 공연음란죄로 처벌해 달라는 청원에도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중복 동의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청원 동의는 네이버와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으로 참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 사람이 3번까지 동의할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1인 3표제’인 셈이다. 이론대로면 동의가 20만 건, 30만 건이 넘는 국민청원의 실제 참여자가 3분의 1에 불과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면 인터넷 접속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사람이 중복으로 동의를 했다는 흔적도 지울 수 있다.

앞서 청와대는 올 2월 “일부 이용자가 국민청원게시판에 부적절한 접근을 한 것을 발견했다”며 카카오톡 계정을 통한 동의 참여를 제한했다. 당시 문제가 된 청원은 “초중고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원 마감일에 6만 명의 동의가 한꺼번에 몰리며 20만 명을 넘어섰다.

한 사람이 여러 차례 동의를 선택하는 건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2017년 9월 ‘낙태죄 폐지’ 청원 당시 일부 온라인 게시판에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탭으로 동의를 여러 개 했다” “계정을 바꿔서 중복 참여가 가능하다”는 안내 글이 여럿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중복 동의가 허용된다면 ‘여론 부풀리기’에 해당될 수 있다며 조작 논란을 차단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정훈·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