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믿고 던져” 야구 스타 만난 백혈병 소년 ‘감동의 시구’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 김헌덕군
우상인 박건우 선수 만나고 시구 
“소원 이뤄줘 감사… 병 이겨낼 것”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김헌덕 군(왼쪽)이 13일 프로야구 두산 외야수 박건우와 만나 시구를 함께하는 꿈을 이뤘다. 프로야구 두산 제공
강원 양구군에 사는 양구중학교 1학년생 김헌덕 군(12)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열혈 팬이다. 그러나 그는 TV로만 야구를 보고 있다. 지난해 2월 감기 인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며칠을 앓아누워야 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면역력이 떨어져 외출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김 군에겐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에 호쾌한 타격을 선보이는 야구선수를 만나는 것. 지난해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두산 외야수 박건우(28)였다.

김 군의 사연을 접한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두산 구단과 접촉해 박건우와의 만남을 추진했다. 그리고 5월 13일 두산-넥센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에서 소망이 이뤄졌다. 이날 경기에 앞서 낮 12시 반부터 1시간 넘게 둘은 기념촬영을 하고 시구 연습을 함께했다. 김 군은 평소 투병 생활을 할 때는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이날 밝은 표정으로 야구장을 둘러보고 연습도 잘 소화해냈다.

김 군은 “건우 형이 잘 치고 잘 달리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며 “실제 얼굴을 보니 더 잘생겼다”고 인사했다. 그러자 박건우는 “투병 중임에도 밝은 표정의 헌덕이가 보기 좋았다”며 “공도 잘 던지고 타격도 좋아 야구선수를 해도 되겠다”고 화답했다.

드디어 시구 시간. 박건우는 외야수임에도 김 군을 위해 포수 자리에 앉았다. 긴장한 김 군에게 “형을 믿고 던지라”며 안심시켰다. 김 군은 멋지게 시구를 한 뒤 박건우와 다정하게 포옹했다. 박건우는 “아프지 말고 건강해지라”고 덕담을 건넸다. 김 군은 “소원을 이뤄준 분들께 감사하다. 하루빨리 병을 이겨내 다시 건우 형을 만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