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기숙사 여학생 몰카 …졸업생 “촬영자, 내부자 가능성”

bong087@donga.com2018-05-11 13: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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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학교 관련 성범죄가 연이어 블거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익대 미대 남성 모델 누드 몰카 유출, 항공대 재학생의 단톡방 성관계 영상 유출에 이어 경기 지역 한 고등학교 여학생 기숙사 내부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 캡처 사진이 온라인에서 확산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영상 속 고등학교로 추정되는 학교 졸업생(여)은 “제가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진짜 말 그대로 너무 끔찍해서 (영상을) 보지 못했다”면서 학교 측의 대응을 비판했다.

몰카 영상이 촬영된 시점으로 추정되는 2010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다는 A 씨는 5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그저께(9일) 밤에 여학생 기숙사를 촬영한 영상들이 돌아다닌다는 글과 함께 캡처 본들이 돌아다녀서 그걸 보고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9일 밤 학교폭력 상담전화인 117로 “우리 학교 기숙사를 불법 촬영한 영상물(캡처 사진)이 돌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누군가 소셜미디어 ‘텀블러’에 올라온 고등학교 여학생 기숙사 몰카 영상을 캡처해 1장의 사진으로 편집, 온라인에 올렸고, 이어 여러 사람이 사진을 퍼 나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캡처 사진은 고등학교 기숙사 방 안에서 생활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20여 개의 장면으로 나뉘어 담겼다.

“(캡처 사진을 보고) 학교 동문들이라면 거의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특수하게 교복이나 가구 같은 게 배치돼 있어서 (우리 학교란 걸) 알았다”는 A 씨는 “사실 고등학생들한테, 이렇게 여러 명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는 게 되게 충격적이고 너무 끔찍했다”면서 “만약에 제가 그걸(영상을) 보게 되면 다른 피해자들한테 2차 가해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영상은 아직까지 못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본 캡처 본에선 캡처마다 영상이 몇 분짜리인지 나와 있는데 짧은 거는 20초고 긴 거는 3분 조금 넘는 정도였다”면서 “(기숙사가) 여자·남자 (모두 생활하는 곳이다.) 제 시각에서 봤을 땐 학교와 산을 구분 짓는 담이 있는데 그 담 밖에서 찍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몰카 영상을 학교 내부인이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촬영자가) 꼭 외부인이랄 것도 아닌 게 학생들이 그 담의 개구멍이나 나사 풀려 있는 데를 통해서 외출하는 걸 저도 굉장히 많이 봤다”면서 “(재학 중에 비슷한 소문이) 있었다. 사실 남자·여자 기숙사가 마주보고 있고, 창문이 되게 크다. 커튼을 치지 않으면 서로 기숙사에서 누가 뭘 하고 있는지도 볼 수 있다. 제가 실제로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재학생 남학생들이 여자 선배가 씻고 나와서 알몸으로 방에서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걸 듣고 되게 화가 났던 기억도 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며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의 초기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선생님들이 직접 사진이 찍혔을 법한 장소로 가셔서 그 영상이랑 실제 모습을 비교해 보셨는데 다른 점이 있어서 ‘이것은 우리 학교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리셨다고 저는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선생님들 같은 경우에는 이 영상들이 합성이라고 말씀을 하신 것 같다. 그래서 조사를 또 따로 하셨는데 전해들은 얘기로는 그것은 아닌 것 같고 실제로 저희 학교 내에서 일어난 일이 맞고 그거를 바탕으로 경찰 수사를 진행하겠다라는 입장을 들었다”면서 “애초에 정말 누가 봐도 우리 학교가 아니란 걸 모를 수가 없는데 처음에 가서 직접 보셨다고 하시면서도 학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셨다고 하시니까 아무래도 졸업생들이나 재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렇게(우리 학교 일 아닌 것처럼 덮고 넘어가려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저는 학교 측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3년 동안 학교에서 사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학교가 그냥 배우는 곳만이 아니라 집이고 가정이고 이런 느낌이 강한데, 그런 곳에서 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그거는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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