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는 약국, 마약한 건 다른 사람들인데…” 유병재 발칙함에 젊은층 열광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YG는 약국이에요. 마약한 건 다른 사람들인데 욕은 제가 먹어요. 기분 좋은 건 그들, 기분이 나쁜 건 나.”

전현직 정치인을 향해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거침없는 욕을 내뱉는다. 나아가 언쟁으로 전쟁터가 되기 일쑤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일침을 가하고, 심지어 본인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까지 비판한다. 지난달 27일 스탠딩 코미디쇼 ‘B의 농담’ 무대에 오른 유병재가 발칙함과 자조적인 패배의식이 점철된 독특한 스타일의 개그를 선보일 때마다 객석에선 웃음과 환호가 쏟아졌다.

개그맨이자 방송인인 유병재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시작된 그의 영향력은 어느덧 거대해져 유병재란 이름 석자 뒤 ‘신드롬’이란 말을 붙을 정도다. tvN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서 작가로 출발해 조금씩 얼굴을 알린 유병재는 어느덧 자타공인 ‘이슈메이커’다.

그의 독특한 개그 스타일은 어느 세대나 공감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현재의 젊은층에 폭발력을 지닌다. 소수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자기 의견을 표현하길 원하는 젊은 세대와 닮았기 때문이다. SNS와 댓글 통해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는 요즘, 모두가 만족할만한 보편적인 태도보다 과격하지만 소신 있는 발언이 더 진실하게 느껴지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반대 의견에도 영향 받고 발전하는 모습이 유병재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보편적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의 연예인들이나, 직업과 개인의 정치·사회적 의견을 표현하는 영역이 분리된 ‘소셜테이너’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콘텐츠뿐 아니라, 온라인 세대와의 소통과 놀이를 즐긴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그는 자신의 팬카페 ‘유병장수’와 인스타그램에 활발히 콘텐츠를 게시한다. 그의 유튜브 채널엔 ‘대실망 물물교환전’, ‘유병재 그리기대회’, ‘문학의 밤’ 등 시, 랩, 그림까지 다양한 소재로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열린다. 팬들은 아이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유병재 ‘굿즈’를 구매해 ‘인증샷 놀이’로 즐기며 화답한다.

유병재는 최근 지상파 방송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MBC ‘전지적참견시점’에선 평소 말이 없고 소심한 성격을 가진 유병재의 반전 매력과 더불어 그의 매니저인 유규선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기획과 연출, 연기 능력을 모두 갖춘 유병재는 신조어와 비속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합법과 비합법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종이 같은 인물”이라며 “장기적으론 지상파나 케이블도 유병재식 개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