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향을 선사하는 조개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조개를 넣고 끓인 ‘클램차우더’.
음력으로 3월 3일, 올해는 양력으로 4월 18일 내 고향 오키나와는 1년 중 간조 범위가 가장 넓어지는, 즉 물 빠진 땅이 가장 커지는 날이다. 이때면 해마다 ‘하마오리’라는 전통 행사가 열린다. 할머니가 직접 캔 쑥으로 떡을 만들어 해안가에 서서 기도하는 동안 나는 동생들과 함께 양동이를 들고 조개와 미역을 쓸어 담았다.

어린 시절 대부분은 해안가에서 낚시나 수영을 하거나 게, 조개를 잡으며 하루 종일 놀았다. 간조 시간에 맞춰 잠깐이면 한 양동이를 쉽게 채울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면 물에 씻어 그대로 요리를 시작했다. 항상 모래를 씹으면서도 해감을 빼야 먹는다는 생각은 못 했다. 1L 물에 세 큰술 정도의 소금을 넣으면 바닷물의 농도와 같은 3∼3.5%가 된다. 신문으로 덮고 실온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조개가 모래를 토해 낸다는 것은 훗날 요리를 배우며 알았다.

조개를 잡기 위한 최적의 시간은 간조 때이며 해안과 물이 접한 곳까지 가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육지 쪽으로 이동하며 채취한다.

조개구이를 즐기는 한국인, 일본인도 많지만 뉴요커들의 조개 사랑도 만만치 않다. 즉석에서 깐 조개를 그대로 먹거나 레몬즙, 칵테일소스 등을 곁들인다. 튀김이나 클램차우더라는 조개 수프와 함께 비스킷을 곁들인다.

한국은 새조개, 피조개, 모시조개, 꼬막, 대합, 바지락 등 다양한 종류의 조개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나라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새조개는 날것 그대로나 새콤한 무침, 샤부샤부로 먹다가 국물이 졸아들면 밥과 김, 참기름을 넣어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면 제맛이다. 쫀득하고 달콤한 조개 맛은 바다의 향을 그대로 선사한다.

일본은 에도시대부터 대합과 바지락을 이용한 스시를 만들었다. 선사시대 패총 유적도 전 세계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뉴잉글랜드의 조개구이 방법은 인디언들의 조리법으로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돌덩어리를 불에 얹어 뜨겁게 데운 후 구덩이를 파 중앙에 놓는다. 그 위에 미역을 깔고 조개, 옥수수 등을 얹는다. 그 위에 미역과 도톰한 캔버스 천을 덮어 1∼2시간 둔다. 일종의 찜 방식의 조리법으로 직접 불에 구워 먹는 것보다 향과 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대로 먹어도 간이 잘돼 있어 상관없지만 레몬즙과 녹인 버터를 뿌려 먹는다.

원래는 여자들만 참여하는 행사였던 하마오리의 유래를 알게 된 건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는 어느 날 마을 공주가 꽃미남을 만나기 위해 매일 밤 돌아다니다 임신을 했다. 점쟁이는 괴물의 아이가 태어나는 걸 막기 위한 처방을 내렸다. 대(大)간조 때에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모래사장을 밟고 걸어가 가장 깊은 쪽 물가에서 정성들여 기도한 후 바닷물로 몸 아랫부분을 씻었다. 순간 어린 뱀들이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공주가 물속으로 들어가 몸을 씻고 다시 깨끗해진 날이 3월 3일이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