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닮은 ‘이모지’ 만들어 SNS소통… 열마디 말보다 낫네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삼성전자 이우용 프로(왼쪽)와 강혜진 프로가 스마트폰 ‘갤럭시 S9’을 통해 만든 자신의 ‘AR 이모지’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열 마디 말보다 이모티콘 하나로 의사소통을 하는 시대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X’에서 선보인 ‘애니모지’에 이어 삼성전자도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S9’ 시리즈에 ‘AR(증강현실) 이모지(이모티콘)’ 기능을 담았다. 전면 카메라로 ‘AR 이모지 모드’를 선택한 뒤 셀카를 찍으면 나를 꼭 닮은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하고 실시간으로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한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아바타’가 한 단계 더 발전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AR 이모지 기술 연구에 본격 돌입한 건 2016년부터다. 갤럭시 스마트폰 전 시리즈 카메라 개발에 참여했던 이우용 삼성전자 프로(삼성전자 내 호칭)는 AR 이모지 ‘프로덕트 오너’(삼성전자는 개발자들에게 책임과 권리를 주는 프로덕트 오너십 제도를 2016년부터 도입했다)를 맡아 기획·사용자경험(UX)·디자인·개발·연구소 등 회사 내 20개 이상 팀의 멤버들과 협업해왔다.
AR 이모지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자신과 똑 닮은 캐릭터 이모티콘을 즉석에서 생성해 주는 기능이다.
이 프로는 “‘카카오톡’과 ‘스냅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보이스(음성)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이 빠르게 텍스트(문자)에서, 이모티콘을 중심으로 한 비주얼 방식으로 넘어가는 때였다”고 연구를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2011년 출시된 카톡 이모티콘은 지난해 4월까지 약 1400만 명이 내려받은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요즘 10대 사이에선 말 한마디 없이 이모티콘이나 ‘짤방’(간단한 사진이나 동영상)만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게 유행일 정도다.

이 프로는 “마침 스마트폰의 그래픽 성능과 카메라 화소, 증강현실 기술 등도 발전하면서 나를 닮은 이모티콘을 즉석에서 만든다는 콘셉트를 현실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모지를 만드는 과정은 총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우선 전면 카메라로 셀카를 찍으면 프로그램이 눈, 코, 입 등 얼굴의 주요 영역을 분석해 수만 가지 인종별 얼굴형별 두상별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가장 유사한 형태를 찾아낸다. 아시아인 중에서도 남방계, 북방계 등 구체적으로 구분돼 있다. 이모지 기능은 지금도 ‘딥 러닝’ 중이라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 비슷한 매칭이 가능해진다.

3차원(3D)으로 만들어진 모델 위에 점과 눈썹, 이마, 수염, 구레나룻 등 개인별 특징을 덧씌워 기본 이모지가 생성된다. 헤어스타일과 패션, 피부색, 이목구비 크기 등은 사용자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국가별, 나이대별로 다른 취향을 고려한 것이라 한다. 강혜진 삼성전자 프로는 “서양인들은 실제 내 모습과 가장 닮은 형태를 선호하는 반면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들은 만화 캐릭터처럼 꾸민 버전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이렇게 생성된 이모지는 ‘트래킹’ 기술을 거쳐 표정까지 실시간으로 따라한다. 카메라가 눈썹, 눈꼬리, 입꼬리 등 100개가 넘는 포인트를 인식한 뒤, 각 포인트의 움직임 가중치를 계산해 실시간으로 따라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지역별 연구소 직원들이 인종, 나이대별로 다양한 표정 동영상을 찍어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제 남은 관건은 사용자들이 AR 이모지 기능을 그냥 한 번 재미삼아 해보고 마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자주 쓰도록 유도하느냐다. 삼성전자는 현재 18종인 이모티콘 스티커 세트를 순차적으로 54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근 디즈니와 손잡고 선보인 미키·미니마우스 버전을 주토피아, 겨울왕국, 인크레더블 등 주요 캐릭터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