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평양 공연때 컨디션 최악, ‘옥류관’ 가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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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 씨가 4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개최한 데뷔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두 손을 모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뉴시스
“제가 음악을 그만둔다면 평생 제 음악을 들어주신 분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그게 가장 두렵습니다. (그분들께) 폐 끼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반세기 동안 정상을 지킨 비결을 물었지만 그는 끝내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두렵다고 했다. 지금도 남의 음악을 들으며 충격을 받는다고, 끝없이 배우고 있다고만 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가수 조용필 씨(68). 조 씨는 진행을 맡은 임진모 음악평론가가 도전정신, 세대 간 소통 능력, 가요사에 남긴 기록을 열거하며 상찬할 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정상이 뭔지, 기록이 뭔지 이런 거 잘 모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음악 듣는 걸 좋아할 뿐이에요. 다섯 살 무렵 동네 청년의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음기로 가요를 접하고, 라디오로 팝을 알았죠. 기타 연주를 시작했고요. 처음엔 취미라 생각했지만 연구를 하다 보니 끝없이 가게 되더군요. 그러다 지금에 이른 것뿐입니다.”
무대 배경의 ‘차 한잔할까요?’는 편안하게 소통하고 싶다는 조 씨의 마음이 담겨 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조 씨는 기타리스트로 1968년 미8군 무대를 통해 데뷔했다. ‘창밖의 여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단발머리’가 실린 정규 1집(1980년)은 한국 가요계 최초로 100만 장이 팔렸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국내 팬덤의 시초라 할 ‘오빠 부대’도 따라왔다. 2013년 19집 ‘헬로’의 음악적 반전은 오래 다진 음악적 영토를 갈아엎는 충격적 행보였다.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로는 ‘꿈’을 꼽았다. “비행기 안에서 작사, 작곡한 곡입니다. 지금도 연습을 시작할 때 목을 푸는 노래로 부르죠.”

조 씨는 요즘 유튜브를 끼고 산다. “최신 음악을 들으며 코드와 멜로디를 분석합니다. 아일랜드 록 밴드 ‘더 스크립트’와 호주 싱어송라이터 ‘시아’가 좋아 전곡을 찾아 들었어요.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에선 앨런 워커가 가장 깨끗하고 제 취향이더군요.” 워커는 1997년생 노르웨이 DJ다.

이달 초 남한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대해 조 씨는 “자책을 많이 했다”고 한다. 후두염 탓에 최악의 컨디션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를 때 굉장히 어지러울 정도였어요. ‘옥류관’도 가보고 싶었는데 숙소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조 씨는 20집 작업에도 돌입했다. “신곡이 6, 7개쯤 나온 상태예요. 올해 발매는 무리일 것 같아요.” 19집과 달리 이번엔 자작곡도 다수 수록할 듯하다. “잘 안 돼서 저도 괴롭습니다. 사람들이 ‘나이도 있으니 인생에 관한 노래를 써보라’고 하는데, 인생을 논하는 것은 문학의 일이죠. 노래는 노래일 뿐이에요.”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같은, 칠순의 풋사랑 노래가 또 나올 것 같다.

5월 12일 조 씨는 반세기 음악인생을 기념해 일곱 번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을 연다. 4만여 좌석은 이미 매진됐다. 반세기 음악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그는 2003년 35주년 기념 공연을 떠올렸다. 조 씨는 “폭우로 악기와 모니터가 손상돼 고전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관객들을 보며 감동했다”고 돌아봤다. “관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것, 제게 그 이상의 행복은 없습니다.”

조 씨의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는 다음 달 12일 서울, 19일 대구에 이어 6월 광주와 의정부로 이어진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