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넘치는 강남만큼 선(禪) 어울리는 곳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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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도심서 법회 여는 각산 스님
19일부터 ‘육조단경’ 주제로 해인사 보광 스님 등 법문 
각산 스님은 “마음은 본래 모양도 색깔도 없다”라며 “사랑과 미움은 환시(幻視)인데, 거기에 물만주지 않으면 커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강남으로 가라!

누가 누구에게 한 말일까. 불패의 부동산 투자, 아니면 학생 진로 문제인가? 뜻밖에도 이 말은 조계종에서 내로라하는 선(禪) 고수들의 권유였다. 그 말에 따라 참선 위주로 수행해 세속에 밝지 않은 한 스님이 2013년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에 선원을 냈다. 봉은사처럼 큰 규모의 전통 사찰도 아닌 건물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선원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회의가 많았다.

하지만 각산 스님(58)의 ‘참불선원’은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심에 선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푸른 눈의 수행자인 아잔 브람 초청 힐링캠프와 세계명상대전 등 규모가 큰 행사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최근 만난 스님의 역설은 이렇다. “제가 물정에 어두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찌 보면 강남만큼 선이 어울리는 곳도 없더군요. 삶의 여유가 있는 만큼 내면의 갈증은 더 큰 법이죠.”

참불선원은 19∼26일 ‘육조단경’을 주제로 한 법회를 개최한다. 육조단경은 육조 혜능 선사(638∼713)의 어록으로 선종의 대표적 경전이다. 선불교의 시조 격인 혜능의 가르침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 마음을 곧바로 직시해 본래 성품을 봄으로써 부처를 이룬다는 말로 집약된다. 이 법회에는 20여 년 동안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해인사 희랑대 조실 보광 스님을 비롯해 일오 스님(내소사 선덕), 영진 스님(백담사 유나), 혜국 스님(석종사 조실), 대원 스님(학림사 조실), 정찬 스님(대흥사 유나) 등이 ‘육조단경’을 주제로 법문한다. 보광 스님은 각산 스님의 은사로 문중불교가 한국 불교를 망친다며 문도회를 해산했다. 육조단경에 대한 스님들의 90분 강연에 이어 즉문즉답(卽問卽答)이 이어진다.

각산 스님은 도심의 선 법회에 대해 “선 수행이란 것이 산속에만 틀어박혀 있는 게 아니다. 거기서만 가능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선의 가르침은 은둔과 세속에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6월 초 예정으로 가칭 ‘선불교지도자협회’ 창설을 준비하고 있다. 봉암사 정과 스님, 수좌회 선림위원 선법 스님, 마하붓다사 주지 자명 스님 등이 참여한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 대한 각산 스님의 ‘처방’은 간명했다. “삶을 한순간에 바꿀 순 없지만 물이든 흙이든 꽉 쥐지만 않으면 됩니다. 열망은 갖되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스님은 육조단경이나 참선의 정수가 일반인들에게는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연한 언어로 답변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대신 져 우리는 질 필요 없고, 부처님이 6년 고행 끝에 깨달음을 전해 우리는 그 고행을 따라 할 필요 없죠. 좋은 스승의 지도 아래 참선만 제대로 하면서 묵묵히 가면 됩니다.”

그가 꿈꾸는 것은 과거 화려하게 꽃피웠던 ‘참선의 르네상스’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