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폭로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2차 가해에 다시 우는 ‘미투’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2018-03-1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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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한 여성들이 다시 고통을 호소하고 나섰다. 성폭력 폭로 이후 자신들을 향한 2차 가해를 감당키 어려워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33)는 12일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김 씨가 자신의 심경을 직접 정리해 변호인단에 배포를 요청한 것이다. 편지는 A4용지 2장 분량이다. 김 씨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캠프에 참여해 열심히 일했지만 지금은 도려내고 싶은 시간으로 기억된다”며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큰 권력 앞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저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내고 있다. 신변에 대한 보복도 두렵고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돼 있다. 예상했지만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김 씨와 가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지고 있다. 김 씨 폭로의 배후에 안 전 지사를 끌어내리려는 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 씨 아버지가 대전지역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및 자유선진당 당협위원장이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과 전 선진당 관계자는 “당협위원장과 간부 명단에 김 씨 아버지와 같은 이름은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저는 평범한 사람이다. 저와 가족은 어느 특정 세력에 속해 있지 않다. 거짓 이야기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누구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에 관한 거짓 이야기는 수사를 통해 충분히 바로 잡힐 것이라 두렵지 않다. 다만 제 가족에 대한 허위 정보는 만들지도, 유통하지도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배우 조민기 씨(53)의 성폭력을 실명 폭로한 여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9일 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지난달 실명으로 미투에 참여했던 배우 송하늘 씨(28)의 페이스북에는 악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당신 때문에 조민기가 죽었다” “미투 운동으로 배우를 죽인 살인자니 죄책감을 가지라” 등의 내용이다. 송 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악성 댓글을 캡처한 화면을 SNS에 올린 뒤 2차 피해에 대한 도움을 호소했다.

미투 참가자의 2차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 오르자 정부가 직접 나섰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는 이날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역으로 고소되는 두려움과 2차 피해 때문에 신고를 주저하지 않도록 안전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하라”고 법무부와 검찰에 권고했다. 또 조직 내에서 2차 피해를 유발한 사람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행동수칙 매뉴얼 등의 마련도 제시했다.

여성가족부도 미투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교육 강화를 권고했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강요하고 범죄와 관련 없는 내용을 질문하거나 가해자 대질신문 과정에서 자칫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는 자칫 당사자의 수치심과 불안감을 키우고 수사기관을 불신하게 해 추가 증언이나 신고를 꺼리게 할 수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