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만만하게 본 보이스피싱범들, 92세 할머니에게 붙잡혀

celsetta@donga.com2018-02-22 14: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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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웨스트미드랜드 경찰
‘노인들은 요즘 기술을 잘 모르고 사람도 쉽게 믿으니 속이기 쉽다’고 여긴 보이스피싱범들이 90대 영국 할머니에게 제대로 걸려 죄값을 치르게 됐습니다. 피해자 할머니는 처음엔 속았지만 곧 의심을 품었고, 속아주는 척 하면서 범인들을 유인해 경찰에 넘겼습니다.

잉글랜드 주 웨스트미드랜드 경찰에 따르면 솔리헐에 사는 한 할머니(92)는 2017년 7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형사라고 밝힌 남자는 할머니의 통장 계좌가 해킹당했다며 8300파운드(약 1200만원)를 현금으로 인출해 자기 동료 경찰인 조하입 칼리드(Zohaib Kalid)에게 넘겨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형사라는 말에 속아넘어간 할머니는 지시대로 돈을 인출해 칼리드에게 넘겼습니다. 한 번 사기가 성공하자 득의양양해진 사기꾼들은 더 대담한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형사’는 할머니에게 5만 3000파운드(약 78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사서 칼리드에게 맡기라고 말했습니다. 시계를 받은 이들은 “수사 비용으로 1만 3700파운드(약 2000만 원)가 필요하다”며 또 돈을 요구했습니다.

이쯤 되니 연달아 속은 할머니도 드디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할머니는 계속 속은 척 하며 경찰에게 몰래 연락했고,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칼리드를 만나러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여유롭게 기다리던 칼리드는 현장을 급습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전화로 지령을 내리던 ‘형사’는 모하메드 이르판 버트(Mohamed Irfan Butt·24)라는 남자였으며 ‘동료 경찰’ 칼리드는 아스턴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2인조 사기꾼들은 여러 명에게 보이스피싱 전화를 걸었으나 할머니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아 추가 피해는 없었습니다.

결국 2018년 2월 14일 버트는 4년 반, 칼리드는 3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한 경찰은 “비열한 사기꾼들이 노인을 만만하게 여기다 제 꾀에 제가 빠진 셈”이라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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