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교복 채택 日 초등학교 교장 “구입 힘들면 ‘유사품’ 입어라”

박예슬 기자
에디터 박예슬 기자|
사진=일본 TBS 뉴스 방송화면
일본 도쿄의 한 공립 초등학교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아르마니 제품을 교복으로 채택해 논란에 휩싸였다. 교장이 해명에 나섰지만 학교 측을 향한 비난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 명품 거리로 유명한 긴자에 자리한 구립 다이메이 초등학교는 올해 4월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교복 브랜드로 아르마니를 채택했다. 가격은 남학생복이 4만3000엔(약 43만 원), 여학생복이 4만5000엔(약 45만 원)으로 기존 가격의 2배 이상이다. 가방과 모자, 스웨터, 양말 등을 포함할 경우 가격이 8만 엔(약 80만 원)을 넘어선다. 일본의 사립학교에서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교복을 채택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공립학교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교복 채택은 와다 도시쓰구 교장(62)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한다.

교복의 높은 가격에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가 잇따랐다. 사전에 학부모들과 상의를 거치지 않고 교장이 독단적으로 고가의 교복 도입을 결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확실히 비싸다. 누구 한 사람만 못 사게 되면 안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문부과학상도 “학부모의 부담이 과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가수 와다 아키코 등 유명인사 다수가 관련 발언을 하며 사회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10일 아사히신문 디지털판, 닛칸스포츠 등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다이메이 초등학교 와다 교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방침에 변화는 없다. 새로운 교복은 그대로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교에 다니고 있는 아동의 가정이라면 (교복 값을)부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구입할 수 없는 가정이 있을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상담을 할 것이며, 아이들 간 따돌림 등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복 채택 이유에 대해 와다 교장은 “제대로 된 마음가짐으로 학업에 열중하는 것이 우리 학교 학생다운 모습인데, 요즘 들어서는 그런 의식이 많이 없어졌다고 본다. 이는(새 교복 채택) 본교 학생다운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와 상의 없이 교장이 독단적으로 교복 채택을 결정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르마니 측에서 상황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관련 이야기를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본인은 아르마니와 특별한 관계가 없으며, 지인이 아르마니에 다니고 있는 직원과 아는 사이여서 이번 교복 채택과 관련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버리·샤넬·에르메스 등 타 유명 브랜드에도 직접 문의를 넣었다고 한다.

와다 교장은 “구입이 어려운 가정에 대해서는 다양한 제도를 이용해서 지원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유사품’을 입는다는 선택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교장의 발언을 두고 이들은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관련기사 댓글란을 통해 “유사품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적다면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 건가?”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라면 교복 값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그런 차원의 문제인가?” “유사품을 입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짝퉁’을 구입하는 가족의 마음이 어떻겠나. 초등학교에서 이런 상대적 박탈감을 유도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지 않겠나” “아이들 사회와 그들의 감정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교장이다. 아이가 자기 혼자만 다른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에 어떻게 신경을 안 쓰겠나. ‘진품 교복을 못 사는 집 아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결국 열등감을 낳고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교장 스스로가 만들고 있다” 등 의견을 전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