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아름다워” 노숙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 여자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린 여성이 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 에미 에이브러햄슨(Emmy Abrahamson·41)씨의 이야기는 그저 낭만적인 연애담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조금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가 첫 눈에 반한 상대가 알코올중독 노숙자였다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사는 에미 씨는 지난 200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여행을 갔다가 거리에서 지저분한 노숙자와 마주쳤습니다. 덥수룩한 머리에 너저분한 옷을 걸친 그는 벤치에서 쉬던 에미 씨 옆자리에 앉더니 이것저것 말을 걸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정체불명의 노숙자를 경계했을 법도 하지만 왠지 그날따라 에미 씨는 이 이상한 노숙자와 좀 더 말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외모와 달리 그의 갈색 눈동자는 아주 따뜻해 보였고 말에도 예의와 유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끌림을 느낀 에미 씨는 노숙자 ‘빅(Vic Kocula)’과 10여 분간 대화를 주고받았고, 며칠 뒤 같은 벤치에서 다시 한 번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두 사람은 약속대로 다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서로를 향한 호감이 커져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길거리를 떠돌며 지내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알코올중독 노숙자가 되어 있더라고요.” 빅 씨는 에미 씨를 보며 부끄럽다는 듯 자기 사연을 고백했습니다. 미국인인 빅 씨는 사실 배낭여행자였는데 유럽 여행 도중 갖고 있던 돈을 모두 잃어버렸고, 고향으로 돌아갈 돈을 모으기 위해 노숙하며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던 중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돈이 조금 모일 때마다 술 마시는 데 탕진해 버려 노숙생활을 끝낼 수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천성이 착해 보이는 빅 씨에게 이미 강한 끌림을 느끼고 있던 에미 씨는 자기 전화번호를 알려주고는 “전 휴가가 끝나서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당신만 괜찮다면 연락하면서 지내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연락처를 주고 고향으로 돌아간 에미 씨는 3주 뒤 정말로 빅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노숙자인 그가 과연 자신에게 연락을 줄 것인지 반신반의하던 에미 씨는 기쁨과 놀라움의 탄성을 질렀습니다. 심지어 빅 씨는 에미 씨와 만나기 위해 술도 끊고 여행경비를 모아 비엔나에 도착해 있던 상태였습니다.
에미 씨와 만난 빅 씨는 완전히 마음을 고쳐먹고 노숙자에서 성실한 전기기술자로 탈바꿈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만난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해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두 아이를 둔 부모가 되었습니다.

빅 씨는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가 어떻게 만났는지 설명해 주었지만 그저 ‘아빠가 길거리 덤불 속에서 살았다고요? 재밌다!’라는 반응을 보일 뿐이에요. 아이들한테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인가봐요”라며 웃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덤불 속에 살던 남자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출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