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사와 승객 말다툼…시내서 버스를 비행기처럼 빨리 몰았다”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홍콩서 이층버스 전복 19명 사망
홍콩 소방대원들이 2월 10일 내리막길에서 과속으로 달리다 전복된 이층버스 안에 갇힌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홍콩 시내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던 이층버스가 넘어지면서 승객 19명이 숨졌다. 버스 운전사가 사고 전 승객들과 심하게 다툰 뒤 난폭 운전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고의로 사고를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3년 경력의 30세 운전사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2월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경 홍콩 타이포(大포)로에서 872번 이층버스가 과속으로 달리던 중 내리막길에서 갓길 방향인 왼쪽으로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버스 차체가 심하게 부서져 19명이 숨지고 6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65명 중 29명이 중상을 입었고 이 가운데 9명이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들은 사고 발생 전 버스 운전사와 승객 몇 명이 말다툼을 심하게 벌였다고 홍콩 매체들에 증언했다. 버스가 출발 예정 시간보다 약 10분 늦게 정류장에 도착하자 일부 승객이 버스에 올라타면서 큰 소리로 버스 운전사를 질책했고 이 과정에서 운전사와 승객들 사이에 욕설이 오갔다는 것이다. 한 승객은 SCMP에 “승객들의 비난에 버스 운전사가 기분이 매우 나빠진 것으로 보였고 마치 비행기처럼 버스를 빨리 몰았다”며 “내리막길에서도 속도를 냈다”고 전했다.

“버스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됐을 때 그가 운전대를 놓은 것으로 보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후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버스가 넘어졌다는 것이다. 홍콩 구조당국은 “사고 당시 버스 안은 회전하는 세탁기 안과 똑같아 승객들이 뒤엉키면서 상당수가 척추 골절상을 당했고 머리를 심하게 다친 승객들이 대부분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고 뒤 운전사가 버스에서 기어 나와 경찰에 신고했으나 버스 안에서 부상당한 승객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 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다는 승객들의 증언까지 나왔다. 홍콩 매체들은 “이 버스 운전사는 사고가 난 길을 잘 알고 있다”는 버스회사 측의 설명을 전했다.

홍콩 경찰은 “사고 당시 버스 운전사의 심리 상태와 버스 결함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음주운전을 하거나 의료 조치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버스를 빠져나온 일부 승객들이 부상자들을 돕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승객 중 최연소자인 리하오성(李灝生·16) 군은 “나와 아버지만 부상 승객을 도왔다. 경상을 입은 승객들은 길가에 서서 사고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피해자 가운데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