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최다빈 개인 최고점 “하늘의 엄마, 클린연기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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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피겨의 희망 최다빈이 2월 1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다섯 살 때 피겨를 시작한 후 항상 얼음판 곁을 지켜주던 어머니였다. 화장이 서툰 딸의 얼굴을 곱게 단장시켜 주었고 늘 격려의 말을 건넸다. 딸의 운전사 역할을 했고 모든 일정을 챙겨주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자 최고의 멘토는 바로 ‘엄마’였다.

“그동안 많이 의지했고 믿었던 우리 엄마….”

김연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히는 한국의 최다빈(18)이 2월 1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팀 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며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를 장식했다. 최다빈은 ‘파파 캔 유 히어 미’(영화 옌틀 OST)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이 곡은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곡이다. 그는 3회전 점프 등을 실수 없이 해내며 65.73점을 받아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을 달성했다.

그러나 경기 후 최다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완벽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김정숙 씨는 지난해 6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조용한 성격의 최다빈이지만 이날은 연기를 마친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최다빈은 “날 믿어주셨던 어머니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 최다빈은 이모와 동행하고 있다.

최다빈은 팀 이벤트 여자 싱글에 나선 선수 10명 중 6위를 기록했다. 최다빈은 “함께 나선 동료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큰 부상이 없고 부츠도 잘 맞는다. 개인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뒤를 이을 ‘피겨 퀸’ 경쟁의 서막이 오른 이날,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가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 1위 메드베데바는 쇼트프로그램 81.06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4월 자신이 세웠던 기존 세계 기록(80.85점)을 넘어섰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딸 당시 쇼트프로그램 기록은 78.50이었다.
메드베데바
김연아의 은퇴 이후 여자 싱글에서 독주하던 메드베데바는 지난해 말 오른 발등뼈 미세 골절로 상승세가 꺾였다. 2015년 11월 이후 출전한 모든 대회(13개·개인전 기준)에서 우승했던 메드베데바는 지난달 열린 유럽선수권에서는 같은 러시아의 샛별 알리나 자기토바(16)에게 왕좌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메드베데바는 개인전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면서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메드베데바는 “그동안 힘들었지만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했다. 부상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바는 한국 아이돌 그룹 엑소의 팬이다. 경기 시작 전 긴장을 풀기 위해 메드베데바가 듣는 음악도 엑소의 노래다. 메드베데바는 “엑소 덕분에 기분이 많이 좋아지고 경기도 잘할 수 있게 됐다. 엑소의 모든 멤버가 건강하길 바라며 꼭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케이틀린 오즈먼드(캐나다·세계 2위)와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세계 6위)도 팀 이벤트를 통해 빙질 적응에 나섰다. 31세의 노장 코스트너는 75.10점으로 메드베데바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연아를 롤 모델 중 한 명으로 꼽는 오즈먼드는 71.38점을 기록해 3위를 차지했다.

팀 이벤트는 총 10개국이 겨루는 단체전이다. 각국의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선수들의 종목별 순위에 따라 1∼10점을 얻는다.

앞서 9일 경기에서 남자 싱글의 차준환이 5점(6위), 페어의 김규은-감강찬 조가 1점(10위)을 확보했다. 이날 아이스댄스 9위를 차지한 민유라-겜린 알렉산더 조(2점)와 피겨 여자 싱글 6위 최다빈(5점)이 7점을 더해 한국은 최종 13점을 거뒀다. 한국은 최종 9위를 차지해 상위 5개국이 출전하는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