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손 맞대기’ 금지” 83세 교통지도원에 내려진 명령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
사진=Manchester Evening News / Mirror
영국 맨체스터에 사는 83세 할아버지 콜린 스펜서(Colin Spencer)씨는 14년 전부터 세인트 조지 초등학교 아이들 등교 시간에 맞춰 교통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은퇴 뒤 적적했던 콜린 할아버지에게 매일 아침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삶의 활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아이들도 할아버지를 ‘롤리팝(lollipop·막대사탕)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잘 따랐습니다. 콜린 씨가 들고 있는 ‘멈춤(STOP)’표지판이 길다란 막대사탕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등굣길에 콜린 할아버지와 ‘하이파이브’로 인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일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맨체스터 지역 의회는 학교에 공문을 보내 ‘교통 지도원이 아이들과 하이파이브하지 못 하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한쪽 손으로만 표지판을 들고 있으면 표지판을 놓쳐 아이들을 다치게 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소식은 지역언론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물론 미러 등 영국 내 여러 매체에 소개됐습니다.

사진=Manchester Evening News / Mirror
콜린 씨는 “나는 이 일을 14년 동안 해 왔고 아이들과 하이파이브하면서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도록 서로 에너지를 나눠 왔다. 이제 와서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는 은퇴 뒤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돈이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교통지도원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하이파이브 금지령에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학부모 하위 피커링(Howie Pickering)씨는 “정부가 뭘 모른다. 콜린 할아버지와 하이파이브하며 길을 건너는 건 우리 아이들의 하루를 밝게 만들어 주는 행동”이라고 말했으며 아만다 우드하우스(Amanda Woodhouse)씨 역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할아버지를 좋아하고 그분과 ‘손뼉 인사’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모두를 슬프게 만든 공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학교 측은 의회에 횡단보도 위에서는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되, 인도(人道)에서는 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학교 측은 “의회에 우리 의견을 전달했다. 의회 측은 콜린 씨가 하이파이브를 아예 하지 않고 교통지도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서운함을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