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동물 뼛가루로 ‘생명의 꽃’ 피워낸 학생들

celsetta@donga.com2018-02-09 15: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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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주인으로부터 버려지거나 잠깐 집을 나왔다가 길을 잃어버린 동물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은 동물보호소입니다. 보호소에서 얼마 간 지내던 동물들은 운이 좋으면 원래 주인을 찾거나 새 주인을 만나지만, 끝까지 돌봐 줄 사람을 찾지 못하면 안타깝게도 ‘살처분’당하고 맙니다. 보호소로 들어오는 동물은 줄지 않는데 예산과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처럼 애견인구, 애묘인구가 매년 늘고 있는 일본에서도 유기동물 문제는 점점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매년 수십 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보호소에 들어와 그 중 대부분이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아오모리현 산본기 농업고등학교(三本木農業高等學校) 학생들은 지난 2012년 지역 동물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주인을 못 찾은 동물은 살처분당한다’는 끔찍한 사실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살처분 뒤 화장된 동물들의 유골은 ‘폐기물’로 분류되어 쓰레기더미에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살처분 날만 기다리는 동물들의 슬픈 눈을 보고 함께 눈물을 흘렸고, 이 동물들을 위해 자신들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생명의 꽃(いのちの花)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생명의 꽃 프로젝트로 뭉친 학생들은 살처분 뒤 화장된 동물들의 유골을 모아 잘게 분쇄한 뒤, 이 뼛가루를 화분 흙에 섞어 새 생명을 피워내는 비료로 삼았습니다. 직접 손으로 유골을 분쇄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키무라 아즈미 양. 사진=Youtube 캡처
유골을 정리하는 학생들. 사진=Youtube 캡처
산본기농고 3학년 키무라 아즈미(木村杏美) 양은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 관계된 일을 하고 싶어 농고에 진학했습니다. 보호소 봉사활동을 하면서 유기동물들이 처한 상황을 보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생명의 꽃 프로젝트 도중 힘든 일은 없었냐는 질문에 아즈미 양은 “유골을 손으로 분쇄하는 도중에 강아지나 고양이가 차고 있었던 목줄 조각, 이름이 새겨진 펜던트가 나오기도 해요. 그럴 때면 이 아이들도 한때는 주인으로부터 사랑 받았던 아이들이겠거니 싶어서 눈물이 흘렀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학생들이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에는 지역 주민들도 동참했습니다. 어른들은 산본기고등학교 학생들이 자랑스럽다며 “실제로 프로젝트를 체험해 보니 생명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지고, 유골을 흙에 섞는다는 일에 거부감을 전혀 느끼지 않게 됐습니다”라며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산본기농업고등학교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이 만든 생명의 꽃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 8월 ‘생명의 꽃 ~버려진 개와 고양이의 영혼을 꽃으로 바꾼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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