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싫었으면 욕이라도” 아직도 폭언 검사-반말 판사가…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폭언 검사-반말 판사, 바뀔줄 모르는 악습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거 싫다”
변협-서울변회 평가결과 공개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강간당하는 게 싫었으면 얼굴에 욕이라도 해주지.”(A 검사)

“나는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건 싫어한다.”(B 판사)

1월 2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발표한 검사, 판사 평가 결과에서 드러난 대표적인 막말 사례다. 그동안 수사와 재판에서 인권 침해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변협은 이날 소속 변호사들이 수사와 재판에서 경험한 검사들의 모습을 평가한 ‘2017년 검사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1∼11월 변호사 1828명이 전국 검사 1327명을 평가했다.

변협은 하위 검사 10명의 명단을 공개하는 대신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피의자를 고압적으로 윽박지르고, 참고인들을 협박하거나, 피의자들을 무분별하게 소환한 뒤 ‘밤샘 조사’를 한 사례가 나왔다.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모욕이나 협박을 한 사례도 많았다.

한 검사는 신문조서를 미리 작성한 뒤 “빨리 보고를 해야 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피의자를 협박했다. 피의자에게 면박을 주면서 “우리가 수사해서 밝혀내기 전에 유리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윽박지른 경우도 있다. 남자 수사관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성폭행당할 때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라”고 했는데도 아무 제지를 하지 않은 검사도 있었다. 한 변호사는 변협에 “세상에 이런 검사가 있으니 자살자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변호사회도 ‘2017년 법관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1∼12월 소속 변호사 2214명이 전국 법관 2385명을 평가한 것이다. 하위 법관으로 뽑힌 판사 5명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관 평가에서는 고압적이고 예의 없는 태도, 막말이 주된 문제로 지적됐다. 하위 법관들은 변호사에게 “○○○ 씨”라고 낮춰 부르거나, “당신 말고 그 옆에”라고 반말을 했다. 여성 변호사에게 “나는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건 싫어한다”라고 말하거나, 증거를 제시하는 변호사를 ‘푸흡’ 하고 크게 비웃는 판사도 있었다. 이혼소송 중인 원고에게 “(집 나와서 혼자) 그렇게 사니 행복하십니까”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