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신장을 떼어준 남편, 15년째 이어온 봉사 이야기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삼성병원 자원봉사 대부 박태부씨
아내에 신장 떼어주다 봉사의 길로
74세 나이에도 15년째 선행 이어가
“작은 베품 큰 보람, 함께 해보세요” 
삼성서울병원 자원봉사자 박태부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아내에게 신장을 기증한 게 계기가 돼 15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박 씨가 이 병원 소속 사회복지사 배성우 씨와 함께 장기 기증자의 병동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마음 편안히 드세요. 그래야 상처도 빨리 아물 겁니다.”

1월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로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병동. 이 병원 자원봉사자 박태부 씨(74)가 바로 전날 아내에게 신장을 이식한 40대 남성을 위로하고 있었다. 병실에 누운 채로 40대 남성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며 웃었다.

박 씨는 매주 목요일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진료를 안내하고 상담하는 자원봉사를 한다. 그 다음에는 병동을 돌아다니며 장기 기증자와 만나 위로하고 격려한다. 환자와 가족들은 평소 박 씨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기도 한다. 박 씨는 장기이식센터 자원봉사자의 ‘대부’가 됐다.

박 씨의 자원봉사는 올해로 15년을 맞았다.

사실 박 씨 자신이 장기기증자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아내는 20년 넘게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투석으로 괴로워하는 아내를 쳐다볼 때마다 박 씨도 고통스러웠다. 15년 전, 박 씨는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후 아내에게 신장을 떼어 주었다. 박 씨는 아내를 잘 돌보려면 장기이식과 관련한 의학지식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회가 열리면 만사 제쳐두고 찾아갔다. 병원에 있으면 정보를 더 잘 얻을 수 있을 거라 여겨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자원봉사를 하게 된 계기였다. 결국 아내에 대한 사랑이 박 씨를 자원봉사로 이끈 셈.

막상 자원봉사를 해보니 ‘이 좋은 것을 나 혼자 해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을 자원봉사 대열에 끌어들였다. 시간이 더 흐르자 장기 기증자에게 멘토링 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마침 병원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박 씨의 자원봉사에 ‘날개’가 달렸다.

이후 ‘자원봉사 홀릭’에 빠졌다. 자원봉사의 영역을 넓혔다. 종이공예를 배워 암 병동에서 어린이 환자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쳤다. 병원 봉사를 마치면 인근 복지관으로 무대를 옮겼다.


박 씨는 4년 전부터 환자 가족과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이 병원의 ‘환자 행복팀’에서도 활동한다. 2년 단위로 팀원은 교체된다. 팀원 중에서 1기와 2기 모두 활동한 사람은 박 씨가 유일하다. 박 씨는 환자 행복팀 대표 자격으로 직접 병원장을 만나 50여 건의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도 했다.

어느덧 70대 중반.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기도 버거운 나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씨는 “장기를 기증한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 멘토링을 듣겠나. 내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요즘도 매주 3, 4일은 봉사하는 낙에 산다는 그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자원봉사는 남을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입니다. 작은 정성을 베풀고, 그 누군가가 나 덕분에 웃어준다면, 그것으로 자원봉사는 성공한 것입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