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6조’의 사우디 왕자…중동판 왕자의 난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2017-12-26 15:10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 부부.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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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의 역사’에 새로운 기록이 탄생할 것 같다. 체포된 상태인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최고 갑부(세계 57위)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62)가 최소 60억 달러(약 6조5000억 원)를 내고 풀려나는 석방안을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는 지난 11월 4일 다른 왕자 10명과 함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32)에게 체포된 뒤 리야드의 5성급 호텔 리츠칼턴에 억류돼 있다.

▷그런 억류라면 부러워할 사람이 많겠지만, 추정 자산 187억 달러(약 20조 원)의 거부(巨富)에게는 심각한 고통일 것이다. 트위터, 테마파크 유로디즈니 등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킹덤홀딩스의 가치만 해도 87억 달러(약 9조4000억 원)에 이른다. 체포 후 투자자들의 우려로 시가총액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가 증발됐어도 그 정도다. 빈 살만은 억류된 인사들에게 소유 재산의 70%를 내든지, 처벌을 받든지 선택하라고 해왔다. 60억 달러는 킹덤홀딩스 가치의 70%다.

▷사우디는 1932년 건국 이래 ‘형제 계승’이 지켜져 왔다. 왕의 급사 등 급변사태 시 어린 아들보단 장성한 형제가 혼란을 수습하도록 하는 아랍의 전통을 따른 것. 그러나 왕위가 수평 이동을 하다 보니 국왕의 나이가 점점 많아졌다. 2015년 80세의 나이로 국왕에 오른 7대 국왕 살만은 큰조카 무함마드 빈 나예프(58)를 제1왕세자, 친아들 빈 살만을 제2왕세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빈 나예프는 6월 ‘왕궁으로 오라’는 전갈을 받고 갔다가 사촌동생에게 제1왕세자 자리를 빼앗기고 가택연금 됐다. ‘1차 왕자의 난’이다.

▷군과 정보기관부터 장악한 빈 살만은 지난달 초 아예 정예군을 동원해 잠재적 정적(政敵)인 사촌형 왕자들을 부패 혐의로 대거 체포하는 ‘2차 왕자의 난’을 감행했다. 어릴 적 ‘손자병법’을 즐겨 읽었다는 빈 살만은 비(非)정치 분야에선 여성 운전 허용 등 개방개혁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쪽으로는 피의 숙청을 통해 권좌를 유지하고 다른 쪽으로 국민에게 부드럽게 손을 흔드는 수법은 과거부터 독재자들이 많이 써 왔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