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천 덮어쓴 채 박물관에 전시된 ‘유령 시계’의 비밀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
사진=Dave McIntire
미국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예술 박물관(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에는 하얀 천을 뒤집어쓴 괘종시계가 전시돼 있습니다. 평범한 시계에 하얀 보호천을 덮어씌운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작품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가까이 다가가면 시계 앞에는 ‘유령 시계’라는 작품명과 함께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시계를 덮은 ‘하얀 천’은 진짜 천이 아니라 나무입니다. 나무를 정교하게 조각한 뒤 탈색과 도색 작업을 거쳐 천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입니다. 관람객들은 “눈 앞에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다”, “아주 가까이에서 빤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천이 사실은 조각의 일부라는 걸 눈치챌 수 없다”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 놀라운 작품은 ‘아트 퍼니처(예술가구)’ 선구자 웬델 캐슬(Wendell Castle)이 1985년 만든 작품입니다. 2017년 현재도 뉴욕 주 스콧빌에서 살고 있는 웬델 캐슬은 탁자나 의자 같은 생활가구 디자인을 예술 영역으로 끌어들인 디자이너로 유명합니다.

‘유령 시계’는 캐슬이 1980년대에 제작한 착시유도 시계 조각상 13개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먼저만들어진 열두 개 시계들은 진짜 시계 기능까지 갖추고 있지만 유령시계 조각상에는 시간을 알리는 기능이 없다고 합니다.

비록 시침과 분침은 없지만, ‘유령 시계’는 으스스하면서도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