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진단받고 7년간 죽음 기다린 남자, 알고 보니 ‘오진’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
사진=Shanghaiist
중국 남성 종 샤오웨이(54)씨는 2008년 12월 에이즈의 원인인 HIV 양성 진단을 받고 삶의 의욕을 잃었습니다. 그는 어차피 오래 살지 못 할 거라 여기고 죽을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슬픔에 빠져 지냈습니다.

다섯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종 씨는 어린 시절부터 힘겹게 살아왔습니다.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청두 버스회사에서 일하며 5남매를 겨우 먹여 살렸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종 씨는 청소년기에 학교를 그만두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가난한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성장한 뒤 종 씨는 온갖 궂은 일을 하며 경찰과 부딪히기도 하고 인생에 환멸을 느껴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새 삶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약을 끊고 식당도 개업한 그는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2009년 봄 결혼 계획을 세우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종 씨와 여자친구는 결혼 전 서로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실히 해 두기 위해 쓰촨 성 청두 보건소에서 검진을 받았다가 HIV 양성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무 문제 없을 거라 여겼던 종 씨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진=Shanghaiist
종 씨는 중국 뉴스매체 ‘더 페이퍼’에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창문 커튼을 다 내린 채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있었다. 어차피 죽을 건데 약은 먹어 무엇 하겠냐는 생각에 약도 먹지 않았다”라며 당시 우울했던 심정을 밝혔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우울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차마 자살만은 할 수 없었다는 종 씨. 그는 7년 동안 정부 보조금으로만 생활하며 그저 숨만 쉬는 삶을 이어 갔습니다.

그의 운명이 다시 바뀐 것은 2015년 12월, 처음 HIV 양성 진단을 받은 지 7년 여 만이었습니다. 종 씨는 연례 건강검진을 받으러 보건소를 찾아 대기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지루해서 안내 책자를 읽어보던 그는 에이즈 증상 중 자신과 일치하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한 종 씨는 크리스마스인 25일 쓰촨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화시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다음 달인 2016년 1월 지역 보건소에서도 검진 결과를 인정했습니다. 종 씨는 애초부터 HIV에 감염된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쓰촨 성 보건당국자들은 매우 당황해 하며 2008년 채취했던 종 씨의 혈액 샘플을 다시 검사했습니다. 2008년 채취한 샘플 검사 결과는 여전히 HIV 양성이었으나 새로 피를 뽑아 검사해 보니 반응은 음성이었습니다. 결국 관계자들은 진짜 감염자와 종 씨의 혈액 샘플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종 씨는 “매 년 검진을 받았지만 이상하게도 채혈을 하지 않았다. 내 잃어버린 7년을 보상받기 위해 청두와 쓰촨 보건당국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종 씨가 헤로인을 남용한 탓에 혈관에 이상이 와 피를 뽑기 어려웠던 것이라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팔 아닌 다른 신체부위에서도 채혈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는 업무 태만을 감추려는 변명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종 씨는 “이제라도 진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지만 망가진 내 인생은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라며 중국 정부의 안일한 보건정책을 질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