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없어 신분증 갱신 못한 印 한센병 환자, 생활보조금 끊길 뻔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
사진=BBC
인도 남부 방갈로르 주에 거주하는 사지다 베굼(65)씨는 한센병 환자로 양 손 손가락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는 지문이 없다는 이유로 신분증을 새로 발급받지 못 해 연금이 끊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안타까운 사연은 12월 5일 BBC 뉴스에 소개됐습니다.

베굼 씨는 병으로 손가락뿐만 아니라 눈까지 손상돼 망막 스캔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최근 인도 정부가 적극 추진중인 디지털 주민등록시스템 아드하르(Aadhaar)에 신분을 등록하려면 지문이나 홍채 정보가 필요한데 베굼 씨에게는 불가능했습니다.

아드하르는 등록자의 주민번호와 생체정보를 연동시켜 본인임을 완벽히 확인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인도 정부는 아드하르 시스템에 등록된 본인 계좌로만 보조금을 입금해 주는 방식으로 부정수급을 원천 차단해 행정 비용 절감에 큰 효과를 보았습니다. 현재 아드하르는 공공서비스뿐만 아니라 온라인 결제 등 민간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아드하르에 생체 정보를 등록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손가락과 안구가 모두 손상된 베굼 씨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매 달 1000루피(약 1만 6970원)을 생활 보조금으로 받아야 하지만 정보등록이 불가능한 베굼 씨는 넉 달 동안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베굼 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인도는 물론 해외에도 알려졌습니다. 한센병 환자가 지문을 찍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끊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탁상행정이라는 여론이 일자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베굼 씨가 생활하는 병원을 찾아 담당 의사 확인 하에 직접 새 주민등록증을 전달했습니다.

다행히 베굼 씨는 정상적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드하르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커졌습니다. 일부 시민활동가들은 국가가 국민의 생체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저장하고 있다는 데 불안감을 품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강제로 국민들의 생체정보를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며 아드하르 시스템에 윤리적 문제와 보안 허점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