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바가지 숙박료’ 나라 망신? 진짜 문제는 올림픽 이후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일보 DB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누구든 맨 처음 경제학의 기본 개념인 ‘희소성(稀少性)’에 대해 배운다. 인간 욕망을 충족시키는 자원은 한정돼 있기에 경제학을 통해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할지 탐구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하면 값이 오르고, 반대가 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수요-공급 법칙’은 이런 희소성의 원리에서 비롯됐다. 나훈아 콘서트 표가 예매 시작 7분 만에 매진되고 4만 원짜리 한국시리즈 입장권이 암표 사이트에서 최대 120만 원에 팔리는 것은 이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잠실야구장 티켓은 2만6000장뿐인데 표를 구하려는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 암시장에서 값이 오르는 건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즘 한국에서 경제학의 수요-공급 법칙이 가장 확실하게 적용되는 곳을 꼽자면 강원 평창군 일대를 들 수 있다. 1박에 40만∼50만 원은 기본이고 200m² 규모의 대형 숙소 하루 요금이 200만 원에 육박한다. 비난이 거세지자 강원도는 “비싼 요금을 받는 업소에 대해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고 일부 업소는 자진해 가격을 내렸다. 비싼 숙박료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망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바가지 숙박료는 정말로 외국인이 보기에 부끄러운 한국의 자화상일까. 인구 4만3000명의 작은 군 지역에 세계 95개국에서 모여들 선수, 임원, 취재진만 5만여 명이다. 패럴림픽 참가자 2만5000명에 전국 각지의 자원봉사자, 관광객 등을 더하면 10만 명에 육박한다. 게다가 올림픽은 내년 2월 한 달뿐이다. 기간은 정해져 있고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제한됐으니 가격이 올라가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이다. 굳이 경제학 원리를 들이댈 필요도 없다. 밴쿠버, 런던, 소치, 리우데자네이루 등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 대부분이 올림픽 기간에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방값이 비싸 올림픽 보기 힘들다는 불만이 나오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나라 망신으로 깎아내릴 일은 아니다.

중계권료만 수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콘텐츠가 한 달여간 경기장을 채울 테니 아무리 비싸도 올 사람은 오게 돼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숙박비는 저절로 내려갈 것이다. 방값만 싸지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진짜 문제는 올림픽 이후다. 올림픽이라는 콘텐츠가 사라질 평창의 빈자리를 채울 우리만의 무언가가 현재로선 없다.

쇼핑, 면세점 정도가 아니면 한국이라는 관광 브랜드를 채울 콘텐츠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창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관광지가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도시=뉴욕’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일본’ ‘천혜의 자연환경=동남아시아’ 같은 한국만의 무기가 없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는 저가 관광상품이 아니면 마땅한 유인책도 없다. “한국 관광엔 ‘한국’도 없고 ‘관광’도 없다”는 쓴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즐길 거리만 있으면 바가지 숙박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 칸 영화제가 열리는 매년 5월, 바퀴벌레가 나오는 허름한 호텔이 하루 수십만 원의 객실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칸에서만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서다. 평창의 비싼 방값을 끌어내리려 궁리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수천만 원을 쓰고도 “아깝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관광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올림픽을 개최하면서까지 “싼 맛에 오시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상훈 경제부 차장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