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이 김민섭을 찾습니다”…‘김민섭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 "성공적"

lastleast@donga.com2017-12-05 1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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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부 항공사의 ‘땡처리’ 항공권에 대한 과도한 취소 수수료 문제를 아주 훈훈한 방법으로 해결한 이가 있다.

바로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의 주인공 김민섭 작가다.

그는 출국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항공권을 아주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땡처리‘ 항공권을 구입했다. 그러나 일본 후쿠오카행 왕복 항공권을 약 10만원이라는 가격에 구매한 그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여행을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항공권을 취소하려 했던 그는 취소 수수료가 항공권 가격의 80%인 8만원 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얄미운 취소 수수료 제도에 동명이인의 김민섭 씨 찾기에 나섰다. 규정상 여권의 영문 이름이 같은면 비행기표 양도가 가능한 점을 써먹기로 한 것.

그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일본(후쿠오카)에 다녀오기로 하고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비행기표를 취소하게 되었는데, 취소 수수료를 내고 나면 제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2만원이 채 안 된다고 한다”며 “그래서 저와 여권에 등록된 영문 이름이 같은 남성분께 양도해 드리려고 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양도비는 따로 받지 않을 것이고 제가 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한 권 사서 읽어 주시면 그것으로 대신하겠다”며 여권에 등록된 영문이름이 ‘KIM MIN SEOP’인 또 다른 김민섭 씨를 찾아 나섰다.

그러면서 “고민해 보았는데 이번에 수능을 본 김민섭 씨들에게 우선권을 드리려고 한다”며 “그동안 고생했으니 2박3일쯤 나들이 다녀와도 누가 뭐라고 안할 것이고 영문 이름을 저와 같게 작성하시면 양도받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의 글이 게재된 후 1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해당 글을 공유하고, 공감을 눌렀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김민섭 씨를 태그하는 등 많은 누리꾼들이 프로젝트에 합세했다.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에 동참한 누리꾼의 연대로 해당 글이 게재된 지 3일 후, 1993년생 김민섭 씨가 나타났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휴학생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는 수능 끝난 고3은 아니고 휴학생이다”라며 “더 맞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이 먼저다. 혹시 가게 되면 제가 작가님에게 도움이 되는 어떤 미션을 하고 싶다”며 연락을 취해왔고, 또 다른 김민섭 씨를 찾게 됐다.

이렇게 끝나는 줄로만 알았던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는 졸업전시자금을 모으고 있는 학생이라는 93년생 김민섭 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2일 스토리펀딩에는 ‘93년생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기’라는 제목으로 디자인을 전공하는 93년생 김민섭 씨의 여행자금을 후원하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후원은 디자인을 전공하는 93년생 김민섭 씨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그의 여행 경비와 졸업전시 비용을 후원하는 것이다.

‘93년생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기’프로젝트는 100만원을 목표로 시작됐고, 3일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서 재미있는 일인 줄로만 알았던 일은 누리꾼의 연대라는 의미 있는 일로 확장되며 소셜미디어의 순기능을 보여줬다.

이에 김 작가는 4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 항공사가 얄밉다는 별거 아닌 느낌으로 시작한건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는 그런 따뜻한 일이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저도 깜짝 놀랐다. 참 착하고 다정한 분들이 많더라”며 “어떤 분들은 김민섭 씨 숙박비는 내가 부담하겠다 고 하시고 숙박비보다 더 많은 돈을 보내주겠다고도 하셨다. 공짜 교통비를 보내 주시고 또 어떤 분은 휴대용 와이파이를 제공해 주신다고도 했다”며 ‘김민섭씨 찾기’프로젝트에 동참해 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1983년 생인 김 작가는 자신보다 딱 열살이 어린 93년생 김민섭 씨에 대해 “무엇보다 93년 생 김민섭 씨는 정말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이다. 평범하지만 치열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김민섭 씨가 잘 되는 게 우리 모두가 잘되고 있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93년생)김민섭 씨가 잘되면 좋겠고, 모든 김민섭 씨가 잘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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