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0만원 이하면 ‘이백충(蟲)’ ?…취업사이트 비하 ’불쾌’

yspark@donga.com2017-11-23 16: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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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잡코리아 페이스북 
한 취업정보사이트가 일정 수입 이하인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을 써 구설에 오르자 사과했다.

지난 11월 19일 취업정보사이트 잡코리아에는 “‘이백충’ 탈출! 지금 채용 중인 신입 연봉 3000만 원 주는 기업”이라는 제목으로 취업 정보 글이 올라왔다.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도 같은 내용이 실렸다. 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다.

이는 커뮤니티 사이트, 소셜미디어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며 비난을 받았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이백충’이라는 표현이다. ‘이백충(200+蟲)’은 월수입 200만 원 이하인 사람을 벌레에 빗대 낮잡아보는 말이다.

이에 일부 누리꾼은 “이백충도 못하는 1인” “취업사이트가 자체적으로 내는 정보 글에서 이백충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경악할 노릇”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어떤 누리꾼은 “200만 원이 남들에겐 그렇게 쉬운 액수였구나. 한 달 죽어라 일해도 200만 원 안 되는 달이 훨씬 많은데, 200도 못 버는 난 ‘충’ 소리를 듣는 인간이었구나”라며 허탈해 했다.

혐오를 유발하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무분별하게 퍼지는 점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요즘 트렌드 따라가겠답시고 유행어 남발하는데 저런 실수 안 할리가 없다. 공식 이름 달고 있으면 좀 잘 알아보고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아무 데나 ‘충’ ‘충’ 거리는 거 진짜 보기 싫었는데 유행어처럼 갖다 쓴다” 등이다. 한 누리꾼은 “200만 원 버는 게 잘못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한테 죄 짓는 것도 아닌데, 성실히 자기 직업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근로자가 단지 연봉 좀 적다는 이유만으로 ,벌레, 소리를 들어야 할 이유가 뭘까. 혐오 단어를 만들어 내는 쪽도 문제가 있지만, 그걸 무분별하고 무감각하게 퍼뜨리는 쪽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는 “얼마 전 뉴스에서 전체 월급생활자의 반이 한달에 200만 원 이하를 받는다고 했는데, 그 사람들은 ‘이백충’도 못 되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1977만9000명 중 월급이 200만 원 미만을 받는 이는 43.0%였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인원이 월급 200만 원도 받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만~300만 원을 받는다는 이가 27.3%로 가장 많았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제목에 그런 표현을 사용했던 게 맞다. 잘못을 뒤늦게 인지해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며 “(이런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드리는 일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잘못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인정하고 깊이 사과드린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내부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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