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난 ‘블루칼라 외상 전문가’”…한 쪽 눈 시력 거의 상실

lastleast@donga.com2017-11-14 17: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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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사진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지난 13일 JSA(공동경비구역)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에 생명이 위중한 북한군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교수가 화제다.

중증외상치료 전문의인 이 교수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 작전 시 중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극적으로 살려내 ‘아덴만의 영웅‘이라 불리기도 한다.

당시 이 교수는 6발의 총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석 선장을 기적처럼 살려내며 ‘총상 외상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듣게 된다.

때문에 7발의 총상을 입은 귀순 북한군 병사 또한 국내 최고의 총상 외상 전문가로 알려진 이 교수가 수술을 맡게 된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덴만의 영웅’, ‘국내 외상외과 최고 전문가’, ’총상 외상 전문가’ 등 의사로서 최고의 수식어를 가진 이 교수지만 정작 이 교수는 “나는 총상 외상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엽총 사고 환자를 치료한 것 외에 실제 총상 환자를 치료한 것은 석 선장의 수술이 처음이었다는 이 교수가 ‘총상 외상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중증외상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그의 뚜렷한 직업 의식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석 선장의 수술 이후인 2011년 3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내 환자 중)에어백 있는 외제차를 탄 환자는 딱 한번 있었다”며 “노동층은 외상으로 죽을 확률이 화이트칼라보다 20배 이상 높다. 내 환자 중엔 건설노동자·공장노동자·불법 체류자 외국인 노동자 같은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언제 총상 전문가였지?”라며 “공장에서 분당 5000~6000회로 돌아가던 볼트가 빠져 배에 박히면 간장·담도·췌장이 다 파열된다. 그거에 비하면 총상은 간단하다”며 총상 외상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총상 환자의 경우)프레스에 눌리면 내장이 터지고 장기가 밑으로 다 빠진다. 그런 환자들을 봐왔으니 선장님은 그다지 중증환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교수는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 발행 잡지 위클리공감과의 인터뷰에서도 “실제 총상은 석 선장이 처음이다. 총상 전문가라서 오만에 갔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라고 밝힌 뒤 “산업현장에서 다친 근로자들의 부상을 치료하는 게 총상과 거의 비슷하다”고 전했다.

그는 2003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의대에서 외상외과 공부를 한 뒤 1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수많은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데 분투해왔다. 이 교수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왼쪽 눈의 시력을 사실상 잃은 상태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비용 효과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증외상 환자 치료를 거부하는 일부 의료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내 외상센터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이 교수에게서 중증외상치료 전문의라는 직업 의식이 뚜렷하게 보이는 듯 하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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