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피부가 가정폭력 막아준다? 분노 부른 말레이 광고

phoebe@donga.com2017-10-20 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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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매 맞고 쫓겨나지 않으려면 여성들이 아름다워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말레이시아 화장품 광고가 현지 네티즌의 분노를 샀습니다.

슬리미화이트(SlimmeWhite)라는 이름의 화장품 회사는 지난 9월 25일 페이스북에 신규 광고를 게시했습니다. 광고 내용은 남편에게 학대받는 젊은 아내의 투쟁을 그린 것인데요. 남편이 아내를 학대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아내가 날씬하지도, 피부가 하얗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4분짜리 광고에서 부부의 신혼 시절과 현재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는데요. 처음 남편은 달콤하고 성실한 남자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를 하대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아내가 앓아눕자 병원에 데려가기는커녕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아내의 얼굴에 던집니다. “네가 여기서 죽으면 내가 귀찮아지거든!” 아내가 해온 음식이 맛이 없었는지 남편은 밥을 먹다 말고 아내의 얼굴에 물을 뿌립니다.

마침내 남편은 잔뜩 화가 나 아내의 가방을 집 밖으로 던지고 아내를 내쫓습니다.

갈 곳 없는 아내는 친구의 집에 의탁하는데요. 친구는 “여기 해결 방법이 있어. 이걸 써봐”라고 병을 하나 줍니다. 병에는 슬리미 화이트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 달 후, 아내는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날씬해지고 하얗고 윤기 나는 피부의 미인이 됐습니다. 거리를 지나던 아내는 남편과 우연히 만나는데요. 남편은 아내에게 “여전히 사랑한다”며 돌아와 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러나 아내는 “내가 이제는 날씬하고 아름다워서?”라고 말하더니, 가버립니다.



광고를 본 말레이시아 여성들은 광고가 피부색에 근거한 가정 폭력을 정당화한다며 “성차별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여성 원조기구(Women 'Aid Organization)의 통신책임자인 탄 행 리는 “여성이 귀여우면 남편이 때리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 셈”이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이 단체는 최근 성명에서 “가정폭력 생존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미끈거리는 미백제품이라는 슬리미화이트의 최근 광고는 소름 끼친다”라며 “그러한 광고는 엄청난 피해를 준다. 특정한 여성은 학대당해도 싸고, 남편은 학대할 권리가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광고는 가정폭력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는 밝은 피부와 평평한 배를 약속하는 미용 제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성차별적인 아름다움의 표준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존중과 평등입니다.”

회사 측은 현지 언론에 이번 광고는 남성들이 아내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비난 여론에 페이스북에서 광고 영상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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