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에게 ‘영역표시’ 봉변 당한 男 “널 입양하겠어”

celsetta@donga.com2017-10-20 15: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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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렇게 대한 개는 네가 처음이야”
길가에 앉아 휴대전화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떠돌이 개에게 ‘영역표시’ 당한 브라질 남성이 결국 개를 입양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에 거주하는 하인츠 산체스(27)씨는 10월 13일 오전 7시 10분경 거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흰 개가 다가왔지만 폰 화면에 정신이 팔린 그는 자기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지 못했습니다.

개는 산체스 씨의 등을 소화전이라고 착각한 듯 한 쪽 다리를 들고 ‘영역 표시’ 행동을 했습니다. 등줄기에 느껴지는 뜨끈한 느낌에 그제서야 깜짝 놀란 산체스 씨는 벌떡 일어났지만 개는 쏜살같이 도망치더니 멀리서 산체스 씨를 약 올리듯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발길질로 개를 쫓아내려던 산체스 씨는 더러워진 티셔츠를 벗고 허탈하다는 듯 잠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거리 CCTV에 찍힌 이 장면은 브라질 네티즌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코믹한 상황에 많은 이들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한편에서는 산체스 씨가 반사적으로 개를 걷어차려는 듯 한 자세를 취한 것을 두고 동물학대 아니냐며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산체스 씨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다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개를 정말로 걷어차서 공격하려 한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놀라서 나도 모르게 그런 겁니다. 정말 제가 엔조를 해치려 했다면 뒤따라가거나 돌을 던졌겠죠”라고 해명했습니다.

10월 17일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그는 자기 등에 영역표시한 개를 잊을 수 없어 열심히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개라는 것을 알게 되자 산체스 씨는 마음을 굳히고 녀석을 찾아갔습니다.

“그 고얀 녀석도 저를 알아봤는지 꼬리를 붕붕 흔들며 반기더라고요.” 산체스 씨는 곧바로 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개도 산체스 씨를 새 주인으로 인정한 듯 애교도 부리고 잘 따른다고 하네요.

“하도 활기가 넘쳐서 이웃집에 폐를 끼치고는 있지만 좋은 아이에요. 이름은 ‘엔조’라고 지었습니다.”

운명(?)이 맺어 준 ‌엔조와 산체스 씨의 우정이 오래도록 계속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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