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용 男에게 속은 여성, 사진 주인과 ‘해피엔딩 ’

phoebe@donga.com2017-10-20 15: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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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페리어와 아뎀 구젤. 출처=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인터넷에서 구한 남의 프로필 사진을 도용해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자신인양 행세하며 이성에게 접근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요. 이런 사람에게 감쪽같이 속은 여성이 실제 사진의 주인공과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 사연이 언론에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 더애틀란틱은 10월 1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 사는 레스토랑 매니저 엠마 페리어(Emma Perrier‧33)에 대한 심층적인 기사를 실었습니다.

2015년 혼자서 영화 ‘노트북’을 청승맞게 보던 엠마는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에 소개팅 앱을 설치하게 됐습니다. ‘주스크’라는 앱에 가입한 그는 ‘로니’라는 청년을 알게 되는데요. 스스로 34세 건축가라고 소개한 로니는 연예인처럼 잘생기고 사교적인 남자였습니다.

한 눈에 로니에게 반한 엠마는 6개월 간 온라인 채팅을 했습니다. 로니는 엠마를 “사랑한다”고 고백했지만, 정작 데이트는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그래도 엠마는 행복했습니다. 레스토랑 동료 직원들도 로니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엠마가 “만난 적은 없다”고 하자, 한 동료는 “혹시 그 사람, 노인인 거 아냐?”라고 말했죠.

사실 로니라는 남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정체는 53세 자영업자 앨런 스탠리(Alan Stanley)였습니다.  



아뎀 구젤과 앨런 스탠리. 출처=인스타그램·트위터
앨런은 이혼남이었습니다. 22년 결혼생활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의 상심은 컸습니다. 누군갈 사귀고 싶었지만, 거절당할까 두려웠죠. 그래서 소개팅 앱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남의 프로필 사진을 도용해 가짜 계정을 만들고, 온라인에서 만난 여성들과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앨런은 더애틀란틱에 “나는 꽤 외로웠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항상 자신감이 없어 고생했다”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 엠마는 ‘앨런 스탠리’라는 이름의 이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로니는 컴퓨터를 바꿔서 생긴 ‘실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엠마는 직감했습니다. 그가 로니의 진짜 정체라는 걸요. 이메일 주소를 뒤져 트위터 계정을 찾아낸 엠마, 그의 얼굴은 로니가 아니라 나이 든 남자였습니다. 엠마는 결국 로니가 보냈던 남자 사진을 이미지 검색해 원본을 찾아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터키 출신 모델 아뎀 구젤(Adem Guzel)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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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엠마는 모델 아뎀 구젤에게 연락해 “누군가 당신의 사진을 도용하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아뎀은 분노했습니다. 그는 즉시 엠마에게 화상 통화를 했습니다. 휴대전화에 아뎀의 얼굴이 뜨자 엠마는 깜짝 놀랐습니다. “당신은 진짜군요! 진짜 존재하는 군요!” 엠마는 울었습니다. 두 사람의 전화 통화는 그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2016년 11월 11일 엠마는 ‘가짜 로니’ 앨런 스탠리와 만났습니다. 앨런은 “얼굴을 보며 사과하려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2017년 1월 엠마는 ‘진짜 로니’ 아뎀을 런던으로 초청했습니다. 그리고 3월 31일 ‘가짜 로니’ 앨런에게 작별 인사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앨런, 나는 내일 공항에서 ‘나의 진짜 로니’를 만날 겁니다. 당신이 연결해 준 인연이군요. 당신에게 고마워해야 하는지, 미워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요.”   

엠마 페리어와 아뎀 구젤. 출처=인스타그램
4월 1일 공항은 터키에서 온 승객들로 넘쳐났습니다. 군중 속에서 흰 티셔츠를 입은 아뎀을 발견한 순간 엠마는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아뎀도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공항에서 키스했고, 사랑에 빠졌습니다. 아뎀은 “겨우 3분 지났는데, 오랫동안 그녀를 알았던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10월 현재 엠마와 아뎀과 런던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연기자의 꿈을 키우는 아뎀은 최근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 오디션에도 참여했습니다. 매일 레스토랑 퇴근 시간 문 앞에서 기다리는 잘생긴 신사를 보며 엠마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한다는군요.

거짓말쟁이 앨런 스탠리도 사랑에 빠졌다고 합니다. “엠마보다 어린 유럽 여인”과 열애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그가 사랑의 큐피드가 된 것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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