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北문제, 내가 고칠 것”…트럼프, ‘외교의 현자’ 키신저와 논의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한중일 순방 앞두고 키신저와 논의… 키신저 “평화 기회” 군사행동 신중론 
‌美언론 “트럼프, 핵 10배 증강 요구… 놀란 틸러슨, 회의뒤 ‘멍청이’ 발언”
10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왼쪽)을 만나 북핵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군 수뇌부와 북한의 도발 및 핵 위협을 막기 위한 군사옵션을 논의했다. 대통령이 북핵 위협에 대한 군사옵션 등을 보고받았다는 것을 백악관이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강력한 구두 경고로 풀이된다.

영국 등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10일(현지 시간) ‘워룸’으로 불리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회의를 주재했다고 전했다. 이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점심을 함께하며 추가 논의를 이어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B-1B 전개 장면을 지켜보며 회의를 진행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전날엔 “대통령이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 군사적 옵션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미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갈등 상황에서 열린 7월 20일 국가 안보 수뇌부와의 회의에서 핵무기를 거의 10배 늘릴 것을 원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놀란 틸러슨 장관이 회의가 끝난 뒤 퇴장한 대통령을 두고 ‘멍청이(moron)’이라고 말한 걸 관리들이 들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외교의 현자’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 해법과 11월 한중일 순방에도 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에 앞서 “헨리(키신저 전 장관)와 나는 종종 내가 엉망진창된 상태를 물려받았다는 얘길 하곤 했다. 내가 그것을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등을 통해 “과거 정부가 북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엉망진창인 상태로 넘겨받았다”고 여러 번 주장한 바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건설적이고 평화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할 훌륭한 기회가 있는 순간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진보와 평화 번영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무역에 초점을 맞춘 한중일 순방에서 이뤄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과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현실주의자’인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상호 이해를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군사력을 지렛대 삼아 분쟁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이날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을 설득해 북한을 압박하되 군사력 사용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