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 해친 군인 살해 30대, 2년 만에 정당방위 인정받아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2015년 9월 24일 오전 5시경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주택가. 군복무 중이던 A 씨(당시 20세)가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정기휴가를 나온 A 씨는 전날 오후 대학축제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만취한 채 귀가하던 A 씨는 다세대주택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인기척이 들리면 도망친 뒤 다른 주택에 들어가는 식이었다. A 씨는 문이 열린 채 모기장만 쳐있는 다섯 번째 집을 찾았다. 양모 씨(38)의 집이었다.

오전 5시 30분경 몰래 집안으로 들어간 A 씨는 부엌에 있는 흉기를 들고 문이 열린 안방으로 들어갔다. 양 씨의 약혼녀 박모 씨(당시 33세)가 홀로 자고 있었다. 9년간 만난 두 사람은 2개월 후 결혼할 예정이었다. A 씨는 다짜고짜 누워있는 박 씨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비명소리를 듣고 다른 방에서 일하다 잠든 양 씨가 달려왔다. 
노원구 살인사건.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쳐 
양 씨의 눈앞에 지옥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박 씨는 피를 흘리며 문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A 씨는 뒤에서 박 씨의 등과 옆구리를 찔렀다. 이어 양 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양 씨가 밀려 쓰러졌는데도 A 씨는 계속 흉기를 휘둘렀다. 얼굴과 손 등을 칼에 찔리면서도 양 씨는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흉기를 빼앗은 뒤 정신없이 A 씨의 왼쪽 옆구리를 찔렀다. A 씨는 옆으로 쓰러졌고 잠시 후 숨졌다. 박 씨 역시 결국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조사 결과 A 씨는 이들과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양 씨는 ‘묻지 마 살인’ 탓에 사랑하는 약혼녀를 눈앞에서 잃었다.

자신의 집에 침입해 예비신부를 살해한 군인을 격투 끝에 숨지게 한 이른바 ‘공릉동 살인사건’의 전모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양 씨가 2년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살인사건 가해자이지만 이례적으로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 김효붕)는 양 씨를 ‘죄가 안 됨’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양 씨가 A 씨를 살해한 건 명백하나 예비신부 박 씨가 살해당하고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범행이 불가피했다며 살인죄의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 씨가 흉기로 찌르는 행위 말고는 위험을 제거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고 이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정당방위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을 하고도 법률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다양한 외국 사례를 검토하고 국민의 법 정서가 변화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