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결혼식 보고 싶어요” 4살 아이의 소원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
사진=Kylie Marcic Photography
올해 네 살인 호주 소녀 페이지(Paige Skarratts)의 소원은 예쁘게 차려 입고 엄마 아빠 결혼식에서 꽃을 뿌리는 것입니다. 페이지의 부모님인 제이콥 스카랏(Jacob Skarratts)씨와 타니아 밀러(Tania Miller)씨는 혼인신고는 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채 지냈고, 오래 미룬 만큼 2018년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가 결혼식을 올린다는 말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페이지였습니다. 페이지는 화동(花童)으로 나설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결혼식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작은 아이에게 다가온 운명은 잔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지난 8월 심한 두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을 때 페이지의 뇌에서 레몬 크기의 종양이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종양을 발견하자마자 제거 수술을 진행했지만 아이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뇌에 피와 체액이 고여 이를 빼는 처치도 해야만 했습니다.

아이는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의료진은 페이지가 길어야 몇 주밖에 더 살지 못 할 것이라 말했고, 화목했던 가족은 순식간에 절망에 빠졌습니다.

아빠 제이콥 씨의 누나 이네즈 스토넬(Innez Stonnell)씨는 지역 언론 골드 코스트 불러틴(Gold Coast Bulletin)에 “의사들이 아이 부모를 빈 방으로 부르더니 시한부 선고를 전했어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일가 친척이 모두 주저앉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Kylie Marcic Photography
‘엄마 아빠 결혼식에서 꽃을 뿌리고 싶다’는 아이의 소원을 이뤄 주기 위해 부부는 슬픔 속에서도 결혼식 날짜를 앞당겼습니다. 이네즈 씨는 동생 부부가 병원 로비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24시간 만에 모든 것을 다 준비했습니다.

“1000호주달러(약 88만 원)로 모든 준비를 끝냈습니다. 아이가 위독한 상태이기에 뜸들일 수 없었어요. 페이지의 이모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 정도 뿐이라니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사진=Kylie Marcic Photography
9월 29일, 페이지를 위해 준비된 엄마 아빠의 병원 결혼식이 시작됐습니다. 의식불명 상태인 페이지는 꿈에 그리던 예쁜 드레스를 입고 알록달록한 화관을 쓴 채 휠체어에 앉아 결혼식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제이콥 씨와 타니아 씨는 울먹이며 페이지의 휠체어를 밀었습니다. 아직 두 살밖에 안 된 동생 이모진(Imogen)은 엄마 품에 안겨 있었습니다. 가족과 친척, 친구들 30여 명에 둘러싸인 조촐한 결혼식은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사진=Kylie Marcic Photography
부부는 “드레스 입은 페이지는 정말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결혼식을 치른 뒤 우리 부부는 매일 아침 페이지가 여전히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눈을 뜹니다. 우리 딸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현재 호주에서는 페이지 가족을 돕기 위한 온라인 모금이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