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군통수권자의 무기고에는 핵이 없다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핵은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지금도 여전히 절대무기
재래식 무기로는 상대 안돼
평화를 만드는 것은 평화적 태도가 아니라 군사적 힘의 균형이다 
북한이 남한에 핵을 쏘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핵으로 때릴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가진 핵이 없으니 때릴 수 없다.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무기와 인간’에는 초콜릿 군인(chocolate soldier)이 나온다. 그의 총에는 탄창이 없고 초콜릿이 들어 있다. 우리의 초콜릿 군통수권자의 무기고에는 있어야 할 핵이 없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핵으로 때릴 능력이 없지만 미국이 핵으로 때리려 하면 어떻게 나올까. 쉽게 답할 수 없다. 다만 아직 능력이 안 되는데도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한반도에서 한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는 핵전쟁을 막아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리고 막지 못하더라도 반대했다는 흔적은 남기고 싶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을 경우 재래식 무기로는 보복을 할 것인가.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고 말했지만 그것만은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무기로 안 된다면 미국이 가진 첨단 재래식 무기로라도 대응할 것이다. 그것도 하지 않겠다면 군통수권자도 뭐도 아니다.

이 지점에 이르면 문 대통령이 가진 생각의 모순이 드러난다. 그는 핵 공격에 재래식 무기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갖고 있는 듯하다. 미국에서 첨단 무기 수입 운운하는 것이 그런 뜻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소총으로 기관총과 대결하고, 기관총으로 탱크와 대결하고, 탱크로 전투기와 대결하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하겠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북한이 서울을 향해 250kt 위력의 핵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 한 발로 약 78만 명의 사망자와 277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다. 북한 6차 핵실험의 위력을 TNT 폭약 108∼250kt으로 추정하고 북한이 향후 최대치인 250kt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가정하에 진행된 시뮬레이션이다. 반면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시험 삼아 몰래 사용해봤다는 ‘모든 폭탄의 아버지(FOAB)’는 미국이 4월 아프가니스탄에 투하한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보다 더 위력적이라는데도 TNT 폭약 44t의 위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핵무기와는 대결이 되지 않는다. 핵무기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투하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절대 무기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를 핵 전장으로 만든 대통령이 되기는 싫고, 핵을 재래식 무기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자신도 느끼고는 있으니까 매달리는 것이 김정은 참수작전이다. 영리한 토끼는 은신처로 세 개의 굴을 판다. 김정은이 참수작전에 당할 만큼 어리석었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몰고 오지도 못했다.

현실은 북한이 핵을 쏜다면 우리도 핵을 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도 역사도 비웃을 한민족의 비극이 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런 비극을 감수할 각오가 없으면 김정은의 핵 사용을 막을 수 없다. 진보 보수정권을 막론하고 대통령들의 어리석음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막지는 못했지만 핵 사용만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김정은의 핵 사용을 막는 길은 ‘핵을 핵으로 억지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묘수가 있는 것처럼 굴지 말고 제발 정석대로나 했으면 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달 한국핵정책학회에 나와 “핵은 보수와 진보의 논리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핵을 스스로 만들든지, 핵을 가진 것과 같은 조건이나 위치를 만들든지, 상대가 핵을 못 갖게 하고 못 쓰게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셋 중 어느 것 하나에도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문정인 대통령특보를 잊고 있었다. 그가 다른 생존 방법을 하나 제시하긴 했다. 웬만하면 가능한 한 김정은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것이다. 그것도 살아가는 방법이기는 하다. 다만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이 아니라 노예로서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핵을 머리에 이고도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살아가려면 각별한 각오가 필요하다. 북한을 핵을 가진 강성대국이 아니라 핵만 가진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그런 각오 말이다.

총에 탄창 대신 초콜릿을 넣고 다니는 초콜릿 군인은 평화주의자다. 국제정치학자인 한스 모겐소는 이렇게 말했다. “평화를 만드는 것은 평화적 태도가 아니라 군사적 힘의 균형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