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닌다는 기쁨 하나로… 누운 채 등교하는 아이들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서울 마포구 한국우진학교 가보니 
9월 13일 서울 마포구 국립 한국우진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이 물리치료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학교는 수영장 등 인근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해 지역과 상생하는 특수학교로 평가받고 있다. 뉴스1
크고 작은 아파트와 주택가가 이어지는 서울 마포구 중동 거리를 걷다 보면 여느 학교보다 조금은 작고 아름답고 고요한 학교가 나타난다. 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인 국립 한국우진학교다.

9월 13일 우진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운동장이 펼쳐지는 보통 학교와 달리 주차장에 서 있는 노란 스쿨버스 5대가 눈에 들어왔다. 마포구를 비롯해 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 서대문구, 은평구까지 무려 6개 구를 도는 스쿨버스들이다. 서울 시내의 특수학교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구파발이나 신도림에서까지 학생들이 온다. 모두 휠체어 없이는 생활할 수 없고 몇몇은 앉을 수조차 없어 누운 상태로 등교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매일 아침저녁 긴 시간 버스를 탄다.

우진학교에선 뇌성마비나 근이양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만 3세 유치원생부터 고3 학생들까지 163명이 공부한다. 아이들이 모두 등교한 시간인데도 학교는 고요했다. 복도에는 아이들이 타고 온 휠체어만 가득했다. 교실 밖으로 간간이 선생님의 열정적인 목소리와 박수 소리가 들려올 뿐 아이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학생들 상당수가 거동은 고사하고 보고, 듣고, 소리 내는 것조차 힘든 중증 중복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 3학년 교실에서는 한 교사의 북 연주 수업이 한창이었다. 휠체어를 탄 아이들은 북채를 쥐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다 보니 북 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보조교사의 도움으로 마침내 북을 한 번 내리친 여학생의 얼굴에는 해맑은 웃음이 피어났다.

우진학교 전교생 163명 가운데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학생은 8명, 스스로 화장실을 갈 수 있는 학생은 단 1명뿐이다. 자기 힘으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사실상 한 명 한 명 모두 일대일 보살핌이 필요하다. 이날 간식으로 나온 포도를 가위로 알알이 잘게 다지는 데만도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학교가 없었다면 아무런 배움도, 사회생활도 경험하지 못한 채 꼼짝없이 집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다.

우진학교 학생은 축복받은 경우다. 지난해 기준 서울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1만2929명에 달하지만 특수학교가 29곳에 불과한 탓에 이 중 4496명만 특수학교를 다닌다. 우진학교와 같은 특수학교의 모든 시설은 장애학생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모든 층에 휠체어가 오르내릴 수 있는 램프계단이 설치돼 있다. 우진학교는 재활병원과 연계돼 학생들이 따로 병원에 가지 않고도 학교 안에서 재활치료사들의 일대일 치료를 받는다.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에게 특수학교가 너무나 간절한 이유다.

이날 우진학교에서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장애아 학부모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우진학교 함영기 교장은 “2000년 설립 당시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역주민을 위해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등을 개방하고 소통하면서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1년째 우진학교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고 있다는 주민 황영숙 씨는 “우리 동네에 우진학교가 있어서 너무 좋다”며 “인근 학교 아이들도 장애아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현재 특수교사 확보율이 67.2%에 머무르고 있는데 2022년까지 92%로 늘릴 계획”이라며 “특수학교도 174개교에서 192개교로 늘려 1250학급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백종대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은 “강서구 특수학교를 2019년 3월 개교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