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4일만 일하는 우리 동네 ‘건물주’ 목수님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화요일도 휴무입니다.’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근처에 있는 한 목공소 건물에 붙어 있는 글이다. 이 건물은 이 지역에서만 30년 넘게 목공소를 운영하고 있는 목수 유우상 대표 소유다. 10년 넘게 그를 알아 오면서 부러울 때가 많았다. 확고한 자기만의 기술을 갖고 있으며, 서울에 4층 건물을 갖고 있을 정도로 성공했고, 일주일에 3일은 목공소 문을 닫고 가족들과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만의 비밀은 무엇일까.

“난 학교에서 공부하는 건 딱 질색이었어요.” 유 대표는 인천 강화가 고향이다. 친척이나 동네 어른들이 나무로 배를 만드는 것을 보며 컸고, 그래서 목공 연장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는 남들이 다 하는 공부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목공을 평생의 업으로 선택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어린 시절부터 비교적 명확했던 것이다.

“난 디자인 이런 것은 잘 모릅니다. 그건 각자 알아서 그려 오세요. 그 대신 그걸 실제로 만드는 것은 제가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나의 목공 선생님이기도 한 그를 예술가라고 부를 수 없을지 몰라도 스케치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확실한 기술을 갖고 있다. 내가 그에게 감탄하는 부분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선을 그어 구분하며 실제 그 기준에 맞게 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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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부터 많은 목공소들이 문을 닫았다. 시스템 가구를 만드는 회사들이 활발하게 영업을 하면서 더 이상 목공소에 가구나 문짝, 마루 등을 주문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 즈음 유 대표는 학생들을 모아 목공 기술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체계적으로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어 2004년 독일 하드웨어 회사에서 주관하는 목공학교에 들어가 목공과 목공 교수법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직접 목공일을 하는 것보다 수강생들에게 목공 기술을 가르치면서 가끔씩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전문적인 기술은 유지하면서 목수에서 목공 선생으로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런 사례로부터 직장인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내 삶에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에서 시키는 것을 실행하는 삶에 길들다 보면 정말로 자신이 재능을 발휘하여 몰두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며 무얼 할 때 가장 즐거웠나 생각해보면 그 해답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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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내가 잘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아주 사소한 분야라도 전문성을 갖기 마련이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아이유가 선배 가수인 이효리에게 “언니는 정말 자신 있는 것이 무엇이에요?”라고 질문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질문에 대해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셋째는 ‘자신의 전문성을 오랫동안 직업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전환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이다. 유 대표는 가구를 만드는 목수에서 이제 목공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가르치는 목공 선생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고, 이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 각자의 전문성은 유지하면서 세상의 흐름에 맞게 확장하거나 개선할 부분은 무엇일까. 직장에서 강제로 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내가 배우고 싶고 변화하고 싶은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자.

어린 시절 많은 부모들이 “공부 못하면 기술이나 배워라”는 말을 했다. 나는 이것처럼 틀린 말이 없다고 본다. 왜 수많은 직장인들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회사를 나와 자리를 못 잡고 프랜차이즈를 최우선 순위로 두나 생각해보면 자기만의 확고한 기술과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자기만의 기술을 만들어야 이를 자기만의 직업으로 만들 수 있고, 직장을 떠나서도 독립할 수 있다. 유우상 대표는 얼마 전 환갑을 넘겼다. 앞으로도 또 새로운 목공 사업을 할 꿈에 부풀어 있다. 지난 10년 동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가 계속 부러울 것 같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