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직후 두 간호사 보자 ‘방긋’… 난치병 12세 구한 ‘백의의 천사들’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고려대병원 정은향-이경순 간호사
‌해외파견 수고비 200만원 쾌척
갑상샘암 수술 성공적으로 마쳐 
9월 1일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간호사 정은향 씨와 이경순 씨(왼쪽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이들의 기부금으로 암 수술을 무사히 마친 김인선 양(오른쪽)과 김 양의 할머니(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병실에서 미소 짓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9월 1일 희귀난치성 질환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인선 양(12)은 고려대 안암병원 10층 격리병동실에 누워 있었다. 치료비 마련에 바쁜 부모를 대신해 온종일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가 간호사 정은향 씨와 이경순 씨의 두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는 “손녀를 살려줘서 고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양은 9세 때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간질인 레녹스 증후군이 발병한 후 학교도 포기한 채 병마와 싸우고 있다. 불행은 계속됐다. 약 한 달 전 갑상샘암이 발견됐다. 10대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드문 데다 수시로 발생하는 간질 탓에 병세는 빠르게 악화됐다. 그동안의 치료비 내기에도 힘겨운 가족은 쉽사리 암 수술 날짜를 잡지 못했다. 김 양의 할머니는 “애 엄마 아빠가 일용직으로 버는 돈과 기초생활수급비를 합쳐 월 200만 원 남짓으로 여섯 명이 생활하고 치료비까지 감당하고 있다”며 “암 진단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병원 사회사업팀을 찾아갔다. “한 번만 도와주시면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며 직원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몇 시간 뒤 볼리비아에서 2개월 파견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간호사 정 씨와 이 씨도 사회사업팀을 찾았다. 일종의 수고비로 받은 200만 원을 기부하러 온 것이었다. 볼리비아에서 치료비가 없어 죽어가던 어린 환자를 잊을 수 없던 두 간호사는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두 간호사의 기부금은 김 양의 갑상샘암 수술비로 사용됐다. 1일은 두 간호사가 수술 직후 회복 중인 김 양의 병실에 찾아간 날이었다. 레녹스 증후군으로 지능이 5세 이하로 낮아진 김 양이지만 두 간호사를 보자 ‘방긋’ 웃어 보였다. 간호사 이 씨는 “마치 우리를 알아보는 것처럼 웃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김 양 가족들이 너무 고마워해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두 분의 도움으로 딸이 다시 살 기회를 얻었다. 우리 가족을 살린 것과 마찬가지다.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