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잠수복 차림으로…골프장에 몰래 나타난 남자, 왜?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워터해저드 빠진 골프공 14만개 훔친 일당 
6월 15일 오후 9시경 강원 삼척시의 한 골프장. 컴컴한 골프장 안으로 김모 씨(37) 등 2명이 주변을 살피며 들어섰다. 잠수복 차림의 김 씨는 3m 길이의 뜰채까지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코스 곳곳에 있는 워터해저드(작은 호수) 가장자리로 접근하더니 뜰채를 이용해 무언가 건지기 시작했다. 들어올린 뜰채에는 하얀 골프공들이 들어있었다. 이용객들이 실수로 빠트린 이른바 ‘로스트볼’이었다. 일행 서모 씨(50)는 건져올린 골프공을 바구니에 옮겨 담아 근처에 주차한 차량까지 옮겼다. 로스트볼은 새 공에 비해 흠집 등이 있지만 연습용이나 초보자용으로 인기가 높다. 흠집 정도와 코팅 상태에 따라 등급이 매겨질 정도로 매매가 활성화돼 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이렇게 골프장에 몰래 들어가 워터해저드에 빠진 골프공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김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전국 골프장을 돌며 골프공 약 14만 개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훔친 골프공을 1개당 200원에 전문 매입업체에 팔았다. 매입업체는 골프공을 세척, 코팅해 1개당 1000~1500원에 판매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 등이 훔친 골프공을 판매한다는 소문을 듣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로스트볼은 골프장의 소유라 몰래 가져가면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익산=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