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영화계서 ‘여자는 자고 싶어야 해’ 많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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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동아닷컴|
모델 출신 배우 이영진(36)이 과거 영화를 촬영하러 갔다가 합의 없는 전라 촬영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영진은 10일 방송된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서 최근 여배우 A 씨로부터 폭행 및 베드신 강요 등의 혐의로 피소된 김기덕 감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의 경험담을 공개했다.

이영진은 과거 한 영화를 언급하며 “시나리오에 모든 베드신이 한 줄이었다. 당시 제작사 대표와 미팅을 했는데, 이미지 처리를 할 거라 노출에 대한 부담은 안 가져도 된다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운을 뗐다.

이영진은 “촬영장에 갔더니 첫 촬영 첫 신 첫 컷이 남자배우와의 베드신이었다. 그래도 잘 촬영할 수 있겠지 생각했다”며 “갑자기 감독님이 옥상으로 불러 1대1 면담이 이뤄졌다. 어색할 수 있으니 챙겨주려는 마음에 불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감독이 ‘딸같은 배우’, ‘고등학생 다니는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에게 창피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아’ 등을 운운했다며 “작품으로 승부할 거면 작품으로 이야기하지 가정사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데 왜 이러나 했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영진은 “감독님의 의도는 완전한 노출이었다. 전라”라며 “당시는 상세 계약이 없을 때다. 단순히 현장에서 설득에 의해 (노출신이나 베드신을) 찍을 수 있는가는 생각해 볼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진은 자신에게 질문이 이어지자 “대본은 계약서라기보다는 가이드다. 이렇게 찍겠다는 약속 같은 것”이라며 “그러나 뭉뚱그려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읽는 사람에 따라 수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민감한 사안이라면 철저한 계약 하에 찍어야 한다. 설득이 안 된다면 진행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설득이 된다면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고 약속도 다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김지예 변호사는 “우선적으로 계약을 지키는 게 중요하고 변경할 경우엔 당사자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못 찍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출연한 이지혜 기자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는 김기덕이라는 이름이 가장 중요하다. 힘 없는 신인 여배우가 과연 요구할 수 있는가, 얼마나 세세할 수 있는가까지 들어가면 과연 가능한가. 인지도 없는 배우 입장에서 세계적 감독이 제안하면 거절하기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영진은 또한 영화계에서 성폭력이 만연한 이유에 대해 “영화에서 여성의 대상화가 심한 탓”이라며 “영화계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여성은 자고 싶어야 해’라는 것이었다. 그게 여배우의 덕목인 것처럼 얘기하더라. 특정 부위의 성형 제안도 많이 받았다”고 폭로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