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방 몰래 들어와 속옷 촬영했는데 성범죄 아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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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동아닷컴|
사진=동아일보 DB 
한 고시원 직원이 만능키로 여성 입주자들의 방에 침입해 입던 속옷과 생리대 등 수백 장의 사진을 몰래 찍은 것이 적발됐다. 하지만 성범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주거침입죄. 어떻게 된 일일까.

현행 성폭력특별법 제 14조에 따르면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서 촬영하거나 이것을 배포, 판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행법 상 위 사례는 피해자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찍은 것이 아니므로 성범죄에 해당되지 않고, 주거침입죄만 적용된다.

‘전 국민의 몰카화’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일상생활 곳곳에 몰카 범죄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지만, ‘몰카 범죄’에 대한 애매모호한 판단 기준으로 그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현행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몰카 범죄의) 판단기준이라고 하는 것이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피해의 정도와 분노, 그 후유증 이런 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작년 한 해 동안만 100건 정도의 몰카 상담을 받았다. 전체 상담의 7% 정도에 해당한다” 며 “실제로는 얼마나 더 많을지 알수 없다” 며 몰카 범죄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그는 앞서 소개한 사례 외에, 한 의사가 특정 간호사의 치맛속 사진만 137차례 촬영한 일도 있는데, 밝혀지지 않은 사진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의 발달에 따라 범죄의 행위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면서 몰카 유포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몰카 범죄에 이용되는 소형카메라 등의 제작·유통·판매의 제재에 관해서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남을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마음과 가치관을 가지도록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이버 장의사’(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이나 죽은 사람의 인터넷 흔적들을 정리해주는 업체)를 언급하며 “몰카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인터넷에 유포된 해당 영상이 하루 빨리 지워지는 것”이라며“다른 일반 범죄와 같은 절차로 디지털 성폭력을 수사하는 것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수사와 처벌 등 디지털 성폭력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몰카 신고가 들어오면 심의에만 한 달이 걸린다”며 “몰카 영상물 유통사이트 규제 강화와 유포자에게 기록물 삭제 비용을 부과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몰카 범죄’와 관련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다.

김혜란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