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사장님? 월 900만원 벌었지만…노예 같은 삶이었다”

주간동아
에디터 주간동아|
사진 | ⓒGettyImagesBank
물의는 회장이 빚었는데 수치심은 왜 가맹점주 몫인가
그는 동네에서 ‘호식이 사장님’으로 불렸다. 첫 2년은 실패했지만 자리를 옮긴 곳에서 3년간 장사하면서 단골도 많이 생겼다. 배달 아르바이트생도 4명까지 고용했고, 주방아줌마 월급도 잘 쳐줬다. 맞벌이하는 아내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지만 휴일도 없이 일했다. 치킨 장사하면서 매출 1위를 한 번 찍어보자는 다짐도 있었다. 노력의 결과는 매출로 나타났다. 월 매출 4000만 원에 순수익이 800만~900만 원까지 나왔다. 경기권에서 10위 안에 올랐고, 전국 가맹점 가운데 상위 5%에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인건비는 매년 오르고, 닭값도 치솟는 데다 본사 회장의 성추행 사건까지 터졌다. 결국 그는 6월 가게를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내놨다.

“이젠 정이 떨어졌어요. 5년이나 했는데 한 번도 마음 편히 장사한 적이 없어요. 2015년에는 메르스(MERS · 중동호흡기증후군), 지난해 여름엔 닭 폐사, 겨울엔 AI(조류독감)까지 터졌습니다. 닭이 폐사하면 2~3개월 뒤엔 여지없이 닭값이 올라요. 6월 3일 AI가 발생했다는 기사가 뜨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이튿날 회장 성추행 사건까지 터져 이제 장사를 접어야겠다는 확신이 섰죠.”


회사생활 접고 창업, 애착 컸지만 각종 악재에 지쳐

원래 그는 건설회사에서 13년 동안 근무했다. 2010년 들어서부터 건설 경기가 나빠져 이직을 고민하던 차에 친구가 호식이두마리치킨을 창업하자 수입이 궁금했다.

“한 달 수입이 제 월급보다 많더라고요. 바로 아내와 상의해 창업했죠. 초반에는 사업 수완이 없으니 장사가 잘 안 됐고, 손해를 보면서 접었어요.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권리금 700만 원짜리 고깃집 자리에 다시 오픈했어요. 본사 지원이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홍보도 알아서 하라고 해 오픈 행사를 제 돈으로 했어요.”

미워도 내 자식이라고, 그는 호식이두마리치킨에 애착이 컸다. 오전 10시 출근해 새벽 1시 문을 닫는 일상을 성실히 이어갔다. 배달을 직접 나가면 마주치는 사람에게 먼저 ‘호식이치킨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주문받으면 ‘이 집은 일주일 2번, 이 집은 매주 화요일’ 식으로 외우며 단골도 살뜰히 챙겼다. 그런데 늘 닭값이 골치를 썩였다.

“닭이 매주 화 · 목 · 토요일에 들어오는데 심할 때는 매번 값이 달라져요. 본사에서 닭값을 절대 공개하지 않아요. 확실한 건 치킨 장사가 잘되는 성수기엔 닭값도 오르고, 비수기엔 내린다는 거죠. 지난겨울 AI 파동 때문에 올해 들어서는 성수기, 비수기 없이 계속 올랐습니다. 제발 좀 떨어져라 기다리는데 언제 떨어진 줄 아세요?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사건 터지고 바로 닭값이 4500원에서 3000원까지 내려가더라고요. 그동안 본사에서 그냥 올리고 있었다는 거밖에 말이 안 되잖아요. 배신감이 너무 컸습니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본사에서 2000원 할인행사를 한 덕에 겨우 판매율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20% 떨어진 수치였다.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주변의 시선이었다.

6월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이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했다. [동아 DB]
“배달 갔더니 ‘사장님 힘들까 봐 시켰어요’라고 하는데 동정하는 것 같아서 너무 듣기 싫더라고요. 내가 성추행한 것도 아닌데 주변에 인사하고 지내던 밥집 사장님, 미용실 사장님 얼굴 보기도 창피한 거예요. 제가 이런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초반 애들은 어떻겠어요. 평소에도 배달 가면 누가 뭐라고 할까 봐 옷도 신경 써서 입고 다니는 애들인데 성추행 치킨이라며 욕먹었다고 하니까 짠하더라고요.”

본사는 몸을 낮췄다. 7월 한 달간 판매하는 치킨 마리당 500원, 순살 kg당 1000원씩 집계해 8월에 가상계좌로 입금해준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하지만 그는 “믿음이 안 간다. 그냥 쇼라는 생각만 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가게를 매각하고 직장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5년간 치킨 가맹점을 운영한 시간은 ‘노예 같은 삶’으로 기억될 뿐이다.

“가맹점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절대 하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막연하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뛰어들면 99% 망해요. 진짜 하고 싶으면 그쪽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부터 하면서 가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든가, 레시피 배워서 개인적으로 차리는 게 백번 낫죠. 저는 5년간 ‘가맹점으로는 절대 돈 못 번다’는 거 딱 하나 배웠어요. 주변에서 한다고 그러면 진심으로 말릴 겁니다.”

호식이두마리치킨 본사 관계자는 닭값이 유동적인 것에 대해 “육계는 생물이다 보니 외부환경에 따라 값이 바뀐다. 가맹점이든 도매상이든 마찬가지다. 원가가 정해져 있는데 닭값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6월 초 본사 회장 성추행 사건 이후 닭값이 내려간 것에 대해서는 “2000원 할인 행사를 하면서 점주 피해를 덜어주기 위해 손해비용을 본사에서 부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본사가 내릴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니냐고 묻자 “두 마리를 2만 원에 팔려면 닭값이 싸야 한다. 이미 타 브랜드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장 성추행 사건 이후 가맹점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는 “곧바로 점주 대표, 본사 측,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위원회의 자문을 받으면서 가맹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