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에게는 음식값 '두 배' 받겠다” 단호한 사장님

celsetta@donga.com2019-07-23 15: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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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맛집을 찾을 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를 이용하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습니다. SNS유명인들의 계정을 구독하고 예쁜 사진과 게시물을 구경하다 보면 왠지 그들이 방문한 곳, 사는 물건들에도 관심이 생깁니다. SNS가 가진 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 때문에 일부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유명세를 내세워 업체 측에 억지 혜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미국 LA에서 5년 째 아이스크림 트럭 ‘CVT 소프트 서브(CVT Soft Serve)’를 운영 중인 사장님 조 니치(Joe Nicchi)씨도 이런 ‘진상 인플루언서’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좋은 손님들이었지만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주면 자기 인스타그램에 좋은 평을 남겨주겠다는 등 억지스런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아이스크림 한 개도 아니고 여러 개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수 천 명에서 수 만 명에 이르는 팔로워 숫자를 내세워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행태에 지친 니치 씨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자칭 인플루언서에게는 아이스크림 값을 두 배로 받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던 자영업자들이나 고객들은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니치 씨의 행보는 곧 화제가 되었습니다.

현지 매체 바이스(VICE)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기가 여는 주말 파티에 아이스크림 300인분을 공짜로 제공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도 있다. 값은 ‘소셜미디어 노출’로 치르겠다고 하더라. 난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온라인에서 얼마나 유명하든, 팔로워가 얼마나 많든 상관하지 않는다. 공짜를 바라지 마라. 절대 주지 않을 거니까.'

니치 씨는 ‘농담의 일환’으로 아예 인플루언서는 돈을 두 배로 내라고 적은 안내판까지 만들어 아이스크림 트럭 앞에 비치했습니다. ‘정가는 4달러이지만 당신에게는 8달러다’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2014년 창업한 CVT 소프트 서브는 같은 해 LA지역 최고의 푸드트럭 중 한 곳으로 꼽혔을 정도로 맛이 좋다는 평을 받는 곳입니다. 진상 고객들에 단호하게 대처한 덕에 아이스크림 트럭은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네티즌들은 “자칭 인플루언서 100명 유치한 것보다 더 효율적인 마케팅이었다”, “속 시원하다”며 호응했습니다.

니치 씨는 “만약 SNS가 없어지면 인플루언서들은 하루아침에 설 자리를 잃겠지만, 우리는 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팔 것”이라며 소신을 밝혔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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