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숨지게 한 남자와 ‘절친’ 된 美 남성

celsetta@donga.com2018-12-13 11: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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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스와첼(왼쪽)씨와 에릭 피츠제럴드 씨. 사진=Today
미국 남성 에릭 피츠제럴드(Erik Fitzgerald·42) 씨는 지난 2006년 10월 2일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 준(June Fitzgerald·당시 30세)씨와 아내 배 속의 아기를 모두 잃었습니다. 같은 차에 타고 있던 19개월 딸 페이스(Faith)는 중상을 입고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사고를 일으킨 상대방은 맷 스와첼(Matt Swatzell)이라는 젊은 소방관이었습니다. 고된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깜빡 졸았다가 대형 사고를 낸 것입니다.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졸음에 3~4초간 정신을 놓은 사이 스와첼 씨의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오던 준 씨의 차량을 정면으로 들이받고 말았습니다.

스와첼 씨가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은 아니지만, 피츠제럴드 씨에게 있어 그는 가정을 파탄 낸 원수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사람은 사고 이후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참회와 용서로 이어진 두 남자의 이야기는 최근 투데이(Today)와 피플(People)등 현지 매체에 소개되었습니다.

사고 당시 피츠제럴드 씨는 병원에 달려간 뒤에야 아내가 아기를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절망에 빠져 목소리도 내지 못 하는 피츠제럴드 씨를 보며 스와첼 씨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사람을 구해야 하는 소방관인 자신이 이런 비극을 초래했다고 생각하니 감히 용서해 달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목사인 피츠제럴드 씨는 고통 속에서도 예전에 들었던 설교를 떠올렸습니다. ‘참담한 일이 일어났을 때, 복수가 아닌 자비를 실천할 기회도 같이 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자비를 행하기로 결심하고 스와첼 씨를 위해 탄원했습니다.

그 날로부터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피츠제럴드 씨와 스와첼 씨는 형제나 다름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제 열두 살이 된 페이스도 스와첼 삼촌을 잘 따릅니다. 세 사람은 휴일이면 자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스와첼 씨는 “피츠제럴드 씨는 큰형님이나 마찬가지인 분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보이겠지만 정말입니다. 그 분의 용서 덕에 제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라며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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