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인쇄할 돈 없어 자필로 적어 낸 청년 ‘인생역전’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2018-10-02 13:14
사진=유지니아 로페즈 씨 페이스북
수십 년 전에는 일일이 자필로 이력서를 작성했지만 요즘은 이력서를 컴퓨터로 작성해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리고, 기업 제출용으로 몇 부씩 출력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21세 아르헨티나 청년 카를로스 두아르테(Carlos Duarte)씨에게는 이력서 한 장 뽑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구직 중이던 카를로스 씨는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코르도바의 한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가게 주인 유지니아 로페즈(Eugenia López)에게 “여기서 일하고 싶은데 혹시 사람 구하시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성실해 보이는 청년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 점주 유지니아 씨는 “지금 당장은 직원을 채용하지 않지만 이력서를 두고 가면 나중에 연락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구직중인 사람이니 당연히 이력서를 가져 왔을 거라 여긴 유지니아 씨의 예상과는 달리 카를로스 씨는 머뭇대며 사실 돈이 없어 이력서를 뽑아 오지 못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진=유지니아 로페즈 씨 페이스북
일할 의지가 충만한 젊은이가 경제사정 때문에 구직활동조차 버거워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 유지니아 씨는 가게에서 쓰는 종이와 펜을 건네며 이력서를 적으라고 권했습니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카페 테이블에 앉은 청년은 잠시 뒤 정성스럽게 쓴 이력서를 내밀었고, 유지니아 씨는 그의 정갈한 글씨체와 반듯한 인성에 감동했습니다.

파란색과 검은색 볼펜으로 적은 이력서에는 간단한 자기 소개와 연락처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력서 끝에 적힌 “준비를 잘 해 오지 못했는데도 이력서를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본 유지니아 씨는 진심으로 청년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카를로스 씨의 이력서 사진과 사연을 올리며 이렇게 성실한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남겼습니다.

사진=유지니아 로페즈 씨 페이스북
CNN스페인어판에 따르면 카를로스 씨는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닐 차비조차 없어 할머니께 돈을 빌렸을 정도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카를로스 씨의 사연은 곧 널리 퍼졌고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됐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이 청년을 채용하고 싶다’는 제안이 쏟아졌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직접 증명한 카를로스 씨. 그는 채용을 제안한 회사들 중 몇 군데에 면접을 본 뒤 유리제조 업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