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가, 고양이인가…보호소 앞에 버려진 ‘털뭉치’ 깎았더니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
사진=Douglas County Animal Care & Services
동물보호소 직원들에게 있어 ‘출근하자마자 문 앞에 버려진 동물을 보는 것’은 일상이나 다름없습니다. 미국 네바다 주 가드너빌 더글라스 카운티의 동물보호소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8월 16일(현지시간) 직원들이 마주친 동물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보호소 직원 리즈(Liz)씨는 동물 전문 매체 더 도도(The Dodo)에 “우리가 그날 본 것은 생물이라기보다는 큼직하고 지저분한 털 덩어리였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얼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자라난 털은 단단히 엉켜 있었고, 정체 불명의 네 발 짐승은 자기 털에 갇혀 제대로 걸어다니지도 못 하는 상태였습니다.

개인지 고양이인지 확신이 안 설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동물을 본 직원들은 즉각 수의사에게 녀석을 데려갔습니다. 수의사도 “이렇게 심한 건 처음 봤다”고 안타까워하며 털을 밀었습니다.

사진=Douglas County Animal Care & Services
털 속에서 나온 것은 열 살 정도 돼 보이는 멋진 수컷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의 몸에서 잘라낸 털은 2kg에 달했습니다. 1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목욕이나 털 손질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듯 했습니다. 몸을 옥죄는 털 때문에 거동이 자유롭지 못 했기에 녀석은 운동부족으로 살이 많이 쪄 있었습니다.

“털을 잘라내니 그제서야 고양이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더라고요. 우리는 고양이에게 전설적 뮤지션을 본따 ‘밥 말리(Bob Marley)’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사진=Douglas County Animal Care & Services
다행히 밥은 사랑 가득한 새 가족을 찾았습니다. 털을 깔끔하게 밀고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한 밥은 완전히 새로운 고양이로 다시 태어난 듯 근사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밥을 무사히 구해냈지만 리즈 씨와 보호소 동료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밥을 보호소 앞에 두고 간 사람이 밥을 방치한 주인인지, 아니면 주인이 버린 밥을 보호소 앞에 데려다 준 생명의 은인인지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동물보호소 문 앞에 밥을 두고 간 정체불명의 남성. 사진=Douglas County Sheriff’s Office
리즈 씨는 “저희도 CCTV에 찍힌 그 남성이 ‘착한 사마리아인’이기를 바라지만, 정황 상 주인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정말로 밥의 주인이었다면 집에 또 다른 동물을 방치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라며 염려했습니다.

보호소 측은 현재 밥을 두고 간 남성을 찾기 위해 더글라스 카운티 보안관사무소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입니다.